병상일지 분만실에서 이미숙



“아아악~~” “응애, 응애”

산모의 신음소리와 함께 아기의 울음소리가 분만실에 가득하다. 아기가 나오면 우리의 손은 바빠지기 시작한다. 몸에 묻은 양수와 피를 닦아 체온을 유지해 주고, 입과 코의 양수를 빼주고,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고 목욕을 시키며 몸 구석구석을 세밀히 관찰하여 이상 유무와 건강 상태를 체크한다. 그리고 생의 첫 번째 옷을 입혀주며 편안해 하는 아기의 모습을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쉬곤 한다.

새벽 정적을 깨고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산모가 있다는 전화였다. 우리는 급하게 분만실로 가서 분만세트를 풀었다. 엘리베이터가 열리는 순간 보호자가 뛰어나오며 다급한 목소리로 아기가 나왔다고 외쳤다. 우리는 급하게 엘리베이터로 뛰어갔다. 그때 내 귓가에 아기의 울음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왔다. 울음소리를 확인하고 산모의 몸에서 아기를 분리시켰다. 다행히도 산모와 아기 모두 건강했다. 아직까지도 그 순간을 생각하면 긴장되긴 하지만 내 자신이 대견스럽고 뿌듯하다.

어느덧 분만실에서 근무한지 1년이란 시간이 흘러갔다. 산모 대기실에서 아기를 기다리며 산통을 참아내는 산모들의 얼굴, 그 곁을 지키는 가족들의 모습을 볼 때면 내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그동안 예상치 못한 많은 일들을 겪었다. 119구급차 안에서 분만을 하고 오는 경우도 있었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분만실로 오는 도중에 분만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분만주수가 되기 전에 양수가 터져서 대기실에서 2~3일 진통을 겪는 산모도 있었다. 아찔한 기억들이다.

문득 일을 하면서 모성간호학 시간에 들은 교수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자신도 간호사이지만 산통을 겪을 때 분만실 간호사가 손이라도 잡아주면 마음의 위로도 되고 힘이 된다는 그 말씀. 힘들고 변수도 많지만 새 생명 탄생의 순간은 언제나 신기하고 긴장된다.

세상에서 처음으로 대하는 사람이 내가 된다는 것과 아기에게 최초의 봉사자가 나 자신이라는 것이 늘 기쁨이다. 그래서 분만실 간호사로서 자부심과 함께 매력을 느낀다. 앞으로도 산모 대기실에서 산모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는 간호사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