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교육 약속을 어겼어요 유수정


A 정말 화가 날만 합니다. 당연히 화가 나지요. 믿음이 깨어졌으니. 그러니 화가 나서 화를 내는 것은 전혀 잘못된 일이 아닙니다. 다만, 문제는 그 화를 어떻게 내느냐 이지요.

어머니가 바라는 것은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한 처벌이 아니라, 영인이가 보다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자신을 지켜가는 것. 스스로 말한 것을 잘 지키고, 또 시간을 잘 관리하고, 친구관계도 공부에 방해되지 않게 잘 꾸려갈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지요.

“너, 어떻게 된 거야! 엄마랑 약속 했어, 안 했어! 이제 학원에 핸드폰 갖고 가지 마!” 혹시 너무 속상한 나머지 이렇게 화를 내버린다면, 엄마의 진짜 마음은 전혀 전달되지 않고 오히려 ‘그러니까 내가 나쁘고, 믿을 수 없단 말이지?’ 오히려 저항이 일어나 엄마에 대해 마음이 닫혀 버릴 수가 있습니다. 사실은 이것이 더 큰 문제가 됩니다. 그럼 어떻게? 먼저 영인이 입장을, 그 마음을 헤아려 봅니다. 영인이가 왜 그랬을까. 중학교 1학년 영인이로서는 아마 지키기 힘든 약속 아니었을까요? 친구들로부터 오는 문자를 몰라라 하기엔 영인이로서는 너무나 큰 통제력이 필요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면서도 또한 영인이에겐 누구보다도 공부 잘 하고 싶은 마음, 성적이 쑥 올라서 엄마에게 보란 듯 내밀고 싶은 마음, 믿을 수 있고 괜찮은 사람임을 보이고 싶은 마음이 분명 있습니다.

본인이 의식하지는 못하더라도 그 나이 또래면 누구에게나 있는 마음이지요. 영인이에게 그런 마음이 있음을 알아주시고, 또 그 자신에게 드러내주시기를 바래요.

자, 영인이에게 나의 판단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이야기 합니다.

“영인아, 아까 너 학교 가고 나서 방 치울 때 보니까 책상 위에 핸드폰이 있더라. 그래서 엄마가 보게 됐어. 일부러 보려고 본 건 아니지만 미안해, 봐서. 근데 세상에! 문자 주고받은 게 거의 20개가 있는 거야.”

그리고 그 사실 때문에 생긴 느낌을 전합니다.

“그래서 엄마 너무 놀랐어. 기운이 빠지고. 처음엔 무지 화가 나더라구.”

그리고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이야기해 줍니다.

“엄마는 영인이가 정말 학원에서 공부할 때는 공부에 충실하기를, 그리고 스스로 말한 것에 대해 성실하게 책임져 주었으면 했거든.” 이제 영인이의 입장도 알아주고, 엄마가 바라는 것을 요청합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핸드폰을 가지고 있으면서 문자가 왔는데 보지 않기로 하는 건 너무 무리한 약속이었던 것 같아. 영인이는 공부에도 충실하고 싶고, 엄마랑 한 약속도 지키고 싶고, 또 친구들한테도 의리 있게 답도 해주고 싶었을 텐데. 그러니 그 약속을 지킨다는 게 얼마나 버거웠을까. 그래서 말인데 학원에 갔을 때는 엄마도 걸지 않을 테니까, 핸드폰을 집에 두고 갔으면 해. 그래 줄 수 있겠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서로 단절되지 않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