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교육 중학생 아들, 힘들어요 유수정



A 우선 새로 시작한다고 생각해 주세요. 상진이를 새로 보아 주십시오. 오늘의 상진이는 어제의 상진이가 아닙니다. 내가 이러하고 저러하다고 알고 있던, 또는 이러 저러 하기를 기대하는 그 상진이가 아닌 것입니다. 이제, 오늘의 상진이는 내가 잘 모르기 때문에 그를 알기 위해서 그가 하는 말을 잘 듣기로 합니다. 그가 지금 어떤 마음인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욕구가 있고, 어떤 불만이 있는지. 그리고 잘 모르는 사람에게 이야기를 할 때처럼 무례하지 않게, 성실하게 나의 마음과 생각을 전합니다.

“숙제해야지, 게임 좀 그만 하고!” 지시나 훈계가 아니라 문제 되는 상황, 행동만 이야기 합니다.

“학원 가려면 1시간 밖에 안 남았다!” 거기에 엄마의 마음이나 생각을 더할 수도 있지요.

“언제 컴퓨터 끄고 숙제하나…. 기다리려니 엄마가 조바심이 나.”

그래서 상진이가 숙제를 한다면 다행이고, 들은 척도 안 한다거나 “알아서 할 테니 더 이상 말하지 말라”는 식으로 대응한다면 그 때가 바로 상진이의 마음을 잘 들어줄 때일 것입니다.

“알아서 하는 게 그 모양이야!” 등의 말은 네 말은 전혀 듣고 싶지 않다는 뜻입니다. “아, 그래, 알았어, 상진이가 알아서 할 텐데, 엄마가 공연히 걱정했네. 쓸데없이….” 그리고 기다립니다. 기다리기가 쉽지는 않지만, 힘들지 않으면 사랑이 되지 않습니다. 비록 상진이가 엉터리로 한 대답이었더라도, 어머니가 그런 자기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어주고 믿어준다면 방어하는 마음이 풀어지며 자기가 한 말에 책임을 지려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간단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상진이 마음에 무언가 쌓인 것이 있다면, 또는 어떤 강한 욕구가 있다면, 그렇지 않더라도 이 시절은 본인도 모르게 이유도 없이 짜증이 불쑥 올라오는 때이기도 해서 한 두 마디로 해결되기는 어려울지 모릅니다. 그래서 만약 숙제를 안 하고 게임만 하다가 숙제를 못했기 때문에 학원에 못 가겠다고 한다면

“그러니까 진작 했어야지.” 나의 판단을 내어놓지 말고

“그렇구나. 숙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하지 못했구나. 그럼 상진이 마음도 편하지 않겠다. 저런….”

그리고 뭔가 빨리 해결해주고 싶은 마음을 접고, 상진이 마음에 집중해 주어요. 그의 마음만 따라가 주세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듣는 것입니다. 잘 듣는다 함은 그가 하는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을 하는 그의 ‘마음’을 듣는 것, 즉 그의 마음에 내가 하나가 되어주는 것이지요. 그것이 사랑입니다.

오늘 하루 학원을 빠질 수도 있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상진이 마음에 어머니의 사랑을 차곡차곡 채워 넣는 것입니다. 그것은 상진이가 진정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되게 해 줄 것입니다.

모든 것은 사랑에 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