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신사도(神士道)는 없다 ?! 김종성


아내와 부모와 자식이 물에 빠지면?
얼마 전 한 일간신문의 설문조사에 나온 결과는 우리나라 여성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물에 빠지면 누구를 제일 먼저 구할 것이냐는 질문에 `처의 순위는 부모, 자식에 밀려 맨 나중이었던 것이다. 여자 실망시키는 일은 이뿐만이 아니다. 외국에서 시행된 한 조사에 의하면 성 행위의 빈도는 영국과 미국에서 가장 높고 일본이나 싱가포르 같은 아시아 나라는 매우 낮았다. 같은 동양권인 우리 나라도 틀림없이 후자에 속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남자는 신사도도 없고 별로 아내를 사랑하지도 않는다는 말인가?

수컷의 전략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생명 진화의 기나긴 역사를 통해 수컷들은 암컷을 두고 끊임없이 경쟁해 왔다. 자신의 암컷을 유혹하는 경쟁자들에 대항하기 위해 수컷이 취한 전략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었다. 첫째는 가능한 한 많은 양의 정자를, 가능한 한 자주 암컷에게 주는 `정자 전쟁 전략이다. 그래야 암컷이 다른 수컷의 새끼를 임신할 가능성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둘째는 소위 `짝 보호 전략이다. 짝을 보호하는 행동을 통해 암컷의 관심을 자신에게 집중하려는 전략이지만, 사실 말이 보호지 암컷을 졸졸 따라다니며 부정 행위를 감시하는 좀스런 행위라 할 수도 있다.
이런 사실을 생각해 본다면 서양 남자와 동양 남자의 행동 차이는 육식문화와 농경문화의 차이에서 유래한 것인지도 모른다. 위에서 보았듯, 신사도 정신이 강하고 섹스를 자주하는 국민은 영국이나 미국 같은 육류 문화권이다. 남자가 사냥꾼으로서 짐승을 잡으러 돌아다니는 오랜 기간 동안 여자에게는 다른 남자가 접근했을 가능성이 많을 것이다. 농사꾼이 집 앞에서 밭일을 하는 경우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서양 남자들은 치열한 `정자 전쟁 즉 `자주 섹스하기 전략을 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자신감이 없는 서양 남자들?
둘째 가능성으로, 서양 남자들은 동양 남자들에 비해 자신감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철저한 일부일처제처럼 보이는 조류 사회에서도 외도가 성행한다는 사실이 이제는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대부분 암컷은 외부에서 접근하는 수컷이 자신의 남편보다 우수한 경우에만 그를 받아들인다. 즉 원래 짝이 매우 우수하다면 암컷이 바람을 피울 가능성은 적으며, 따라서 수컷이 짝을 감시할 필요가 없게 된다. 바꾸어 말하자면 수컷이 짝 보호에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자신이 열등한 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여성의 사회 참여가 많은 서구에서는 아내가 바깥에서 남편의 잠재적 경쟁자들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남편의 정자전쟁, 짝 보호 행동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남편의 사랑 행위에 불만이 있는 여성이라면 가정에 머물지 말고 가능한 한 남자들과 함께 어울려 일하는 직업을 갖고 남편을 자극하는 편이 좋다. 만일 직업을 갖기 어렵다면, 영화 `퍼블릭 아이에서 미아 페로우가 그랬듯 늦은 저녁까지 도시의 교외를 혼자 쏘다니다 돌아와도 좋을 것이다.
아무튼 그 이유야 어쨌든, 우리나라 여성들은 전통적인 농경사회에서 자신만만하게 살아온 우리 남성들의 무뚝뚝한 사랑을 사랑이 메마른 것으로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오히려 육식 민족 서양인들의 극단적인 짝 보호가 여자를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바치는 타이타닉호의 `신사도로 변질되어 나타난 것이니, 물에 빠져 죽은 남자들만 불쌍할 따름이다.

글쓴이 김종성은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