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매력적인 남자의 얼굴?! 김종성


용감한 자만이 미인을 얻는다?
‘요즘 여성은 씩씩한 근육질의 남자보다는 귀여운 남자를 더 좋아해요.’
얼마 전 병원의 간호사에게 어떤 타입의 남자를 좋아하느냐고 물어보니 이렇게 대답한다. 아마도 현대 여성들은 요즘 같이 복잡한 사회에서 지배적인, 강한 남성보다는 친구처럼 자상하게 자신을 도와주는 남성을 더 선호하나 보다. 특히 여성의 사회 활동이 늘어나면서 이런 ‘친근하고 귀여운’ 남성들의 인기는 더욱 올라갈 것 같다. 그렇다면 인간 여성에서는 용맹한 수컷에게 끌리는 암컷의 야성이 아주 사라져 버린 것일까? ‘용감한 자만이 미인을 얻는다’라는 말은 이제 지나간 옛말에 불과한 것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닐 수도 있다.

우세성과 친밀성 사이
이런 점에서 스코틀랜드 세인트-안드류 대학의 펜톤-보아크(Penton-Voak) 교수팀이 시행한 일련의 연구 결과는 음미할 만하다. 그들은 컴퓨터를 사용해서 여성다운 남성, 중간 남성, 남성다운 남성의 얼굴을 합성했다. 그리고 92명의 어른에게 이중 가장 매력적으로 보이는 얼굴을 선택하도록 했다. 그 결과 여성이 선택한 매력적인 남성의 얼굴은 여성다운 남성으로부터 남성다운 남성까지 골고루 분산되어 있었다. 남성다운 남성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어쩐지 그 사람은 폭력적인 것 같고, 남을 속이거나 바람을 피울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요즘 여성들은 귀여운 남성을 좋아한다’는 간호사의 말이 저절로 떠오르는 결과이다.
실제로 남성에서 남성다운 얼굴, 그리고 남성 호르몬의 증가는 사기, 폭력, 부정 등 부정적인 행동과 관련이 있다는 보고가 있다. 그러나 한편 남성다운 혹은 지배적인 얼굴을 갖는 남성은 면역학적 기능이 그렇지 않은 남성에 비해 더 완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사회적으로 생각하면 여성다운 남성의 얼굴이, 그리고 유전자적, 진화론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남성다운 남성의 얼굴이 여성에게는 더 훌륭한 모습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여성은 여성다운 남성, 또 어떤 여성은 남성다운 남성의 얼굴을 선택하는가? 이를 알아내기 위해 세인트-안드류 대학팀은 또 다른 연구를 시행했다. 이번에는 똑같은 상황에서 여러 차례 선호하는 얼굴을 선택하도록 했다. 그리고 배란 주기를 이용해 그 여성의 생리 주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여성들은 배란기 때에는 유별나게 씩씩하고 지배적인 남성적 얼굴을 선호하며, 배란기가 아닐 때는 다정한 남성의 얼굴을 선택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즉 여성들은 자신도 모르게 남성의 우세성과 친밀성 사이를 오가는 복잡한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배란기에 남성의 우세성을 택하는 것은 이 결정이 진화론적으로 더 근본적인 선택임을 알 수 있다.

암컷의 전략
‘여자의 마음은 갈대와 같다’, ‘여자의 변덕은 죽 끓듯 한다’라고 손을 내저을 것이 아니라, 이런 현상을 한 번 논리적으로 해석해 보자. 하지만 조심스러우니 우선 동물 이야기부터 시작하자. 우리처럼 일부일처제를 이루는 동물은 지구상에 매우 드물다. 불과 3%밖에 안된다. 이중 대표적인 동물은 ‘새’이다. 하지만 새는 사실 그리 금슬이 좋은 부부가 아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한 쌍의 새는 영원히 헤어지지 않는 다정한 부부인 줄 알았다. 실은 지금도 ‘원앙처럼, 잉꼬처럼 다정한 부부’라는 말이 결혼식장에서 사용되며, ‘비둘기처럼 다정한 사람들이라면~’이라는 노래 가사도 있다. 하지만 새들이 심하게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이 이제는 잘 알려져 있다. 유전자 감식 결과 부부가 함께 키우는 새 둥지의 새끼들 중 10~40%는 그 새끼를 기르는 아비 새의 자식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영국 셰필드 대학의 팀 버크헤드(Team Birkhead)에 의하면 암컷이 바람 피우는 상대는 반드시 남편보다 지배적이거나 매력적인 새라고 한다. 예컨대 암컷은 이미 자신의 가정을 가진 훌륭한 유부남을 정부로 선택하며, 능력이 없어 결혼 못한 총각 새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즉 바람을 피움으로써 얻는 암컷의 이득은 뛰어난 유전자를 갖춘 새끼를 낳는 데 있는 것 같다. 결국 일부일처제의 새 세계에서도 암컷은 가장 유리한 전략, 즉 지배적이며 뛰어난 자의 아이를 낳고 가정적인 수컷과 함께 키우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과 새의 다른 점, 같은 점
인간의 경우 이런 연구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함부로 친자 확인을 할 수도 없을뿐더러, 숨겨둔 애인의 성격이나 능력에 대해 질문한다면 어느 가정주부가 제대로 대답하겠는가. 아마도 우리 인간은 판단의 뇌가 발달한, 그리고 도덕 교육을 받은 동물이므로 새와는 분명 다를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세인트-안드류 대학팀의 연구 결과를 보면 숨어 있는 인간의 본성은 새 같은 동물과 별로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즉 여성이 평소에는 다정한 남자, 배란기 때는 우세한 남자를 택하는 현상은 위에 말한 암컷 새의 전략과 상응하는 것 같다.

글쓴이 김종성은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