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형색색 세상보기 달리는 쉼표- 지하철 , 역 조은수


달리는 쉼표 - 지하철, 역 조은수도 달리고 쉬다

매일 서울의 땅 아래선 국지전이 벌어진다.

“방화, 방화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손님 여러분께서는 한 걸음 물러서주시기 바랍니다. 삐-”
문이열린다.크게 한 숨 들 이 쉬 고 전후좌우를돌아본다.왠지내릴준비를하고있어보이는 사람앞에얼른가선다.옆에앉은사람이일어날때면,한발짝옆에서지않았던게어찌나아쉬운지. 꾸 버 억 꾸벅. 손잡이를쥐고있는다섯손가락에온몸을지탱하고잠이든다.

옆에서있는아저씨는열심히신문을들척인다.광고지가쏟아져나올때면그날은재수 꽝. 앞에앉아있는여고생은열심히문자를보낸다 ‘사람-존나 많아’.
그옆의아가씨는고개를쭉빼고갸우뚱꺄우뚱.아침에거울볼시간도없이일터로내몰려유리창에비친 자신의모습에옷맵시를가다듬고핸드폰액정을보고화장을고친다. ‘이정도면꽤괜찮은데~?’ 자족의웃음 씨익.
입벌리고잠든한젊은이,다음역안내에벌떡일어나문이닫히기직전가까스로빠져나간다. ‘휴-’
꾸 역 꾸 역 쑤시고들어오는인파.

아침만 되면 사람들은 개미가 된다. 땅 속에 길을 파고, 각자의 일터로 서로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향해간다. 일하러, 땀 흘리러, 한눈 팔지 않고 그렇게 앞만 보고. 하지만 베짱이를 기억하자. 땀 흘린 자의 땀방울은 쉼표이기도 하기 때문에!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팍팍한 사고로부터의 떠남은 어떠한가?

책도 조금 읽고/ 낮잠도 조금 자고/ 여유로운 습작도 하며/ 안락의자의 흔들거림 속/ 샘솟는 행복을 갖게 하심을/ 지하철 종사자와/ 동시대 승객 여러분/ 모두 모두에게 감사 ? 신현균, 감사, <지하철연가> 중에서

일상 속으로 떠나는 것은 어떠한가?
고개를 조금만 돌려 5분의 여유만 가질 수 있다면 우리는 매일의 출퇴근 시간을 즐길 수 있다.
7호선 태릉입구역 6호선으로 갈아타면서 색소폰의 맛깔스런 째즈, 검은 차림 아저씨들의 유연하고 리드미컬한 허리에 쉼 한번, 웃음 한번,
5호선 올림픽공원역에서 새와 함께 노래 한판, 이곳은 동남아로의 여행,
6호선 동묘앞역에서 책과의 만남에 또 한번의 쉼,
4호선 혜화역에서 그땐 그랬지, 전화카드시대의 추억에 한번의 멈춤,
지긋지긋한 일상으로부터 쉼과 여유의 일상으로, 땀방울에서 쉼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