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클리닉 여름철이면 배탈 설사로 고생합니다 선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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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더 문제가 되긴 하지만 어른들도 여름을 나면서 한두 번씩은 겪는 증상일 것입니다. 여름철에 일시적으로 생기는 배탈·설사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자극이고 다른 하나는 감염입니다. 자극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과식하거나 찬 음료수, 찬 음식을 많이 먹었을 때, 기름기가 많은 음식이나 지나치게 짠 음식을 먹었을 때가 흔한 경우입니다.

소화기 계통이 매우 민감한 사람은 잘 때 배를 좀 차게 하거나 발이 차가워도 배탈, 설사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런 자극성 원인에 의한 배탈은 보통은 하루, 길어야 이삼 일 정도면 자연 치유가 가능하며 설사의 정도가 심하지 않으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배탈, 설사의 또 하나의 원인인 감염은 바이러스나 세균이 직접 소화기관에 침범하거나 세균이 미리 만들어 놓은 독소가 소화기 계통을 오염시켜서 생기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감염에 의한 배탈도 대부분은 그리 위험하지는 않고 시간이 좀 길지만 며칠 고생하면 자연 치유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렇지만 설사가 3~4일이 넘게 계속 되는 경우, 고열이 나는 경우, 대변에 피가 보이거나 점액 물질이 섞여 나오는 경우는 병원을 찾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또 어린 아이와 노인의 경우는 좀더 일찍 병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병원을 방문하면 담당의사는 환자의 탈수 정도를 파악하고 감염성 설사 여부를 판단한 후에 입원 치료의 필요성과 항생제 치료의 필요성에 대해 고려한 후에 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세균에 의한 감염성 설사의 정도가 심하다고 판단되면 항생제 치료를 할 것이고, 탈수 때문에 몸의 평형성이 깨질 정도라고 판단되면 입원하여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하도록 권할 것입니다.

병원에 가기 전, 자가 치료를 할 때에 설사를 무조건 멈추게 하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닙니다. 설사는 몸속에 들어온 나쁜 물질을 몸 밖으로 빨리 내보내기 위한 우리 몸의 방어 작용의 일종이기 때문에 설사를 무조건 막으면 나쁜 물질이 몸 밖으로 나갈 기회를 잃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나쁜 물질은 물과 전해질과 함께 나가게 놔두고, 나간 만큼의 물과 전해질을 다시 보충해 주는 게 올바른 치료법이 됩니다. 즉, 설사를 멈추게 하는 지사제는 병을 키울 수 있으므로 함부로 쓰면 안됩니다.

‘할머니 손은 약손이다’라는 식으로 배를 문질러 주는 것이 효과를 보는 이유는 통증의 주변을 자극하여 집중되어 있는 복통을 주위로 퍼지게 하는 효과가 있고, 약간의 심리적인 위안이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심한 세균성 배탈, 설사에는 효과가 없겠지요.

여름철에 배탈이 특히 많이 일어나는 이유는 세균의 번식이 활발해서 음식물이 잘 상하고, 찬 음식도 많이 먹게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배탈 설사를 예방하려면 평소에 오래된 음식은 먹지 않고, 가능한 한 음식을 익혀 먹고, 물은 끓여 먹고, 찬 것을 너무 많이 먹지 않는 등 그 원인에 노출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글쓴이 선우성은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