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는 행복 아내와의 외출 김응진



아내와 모처럼만에 외출을 했습니다. 단골 칼국수 집에서 아침 겸 점심을 먹었습니다. 4,000원짜리 칼국수가 무슨 보양식이라도 되는 양 땀까지 닦아가며 먹고 있는 아내를 보니 왠지 측은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신 왜 이리 말랐어. 처녀 적엔 제법 통통하더니만 못난 남편 만나 점점 오그라드는구먼.”

편치 못한 마음을 내색해봐도 별소리를 다한다며 걸음만 재촉할 뿐입니다. 오늘 외출의 목적은 쇼핑. 하지만 저는 압니다. 사는 것 없이 다리만 아프도록 돌아다닐 것이라는 걸. 아내는 사고 싶은 걸 만져보고 눈 맞춤 해두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합니다.

“여보, 저 가방 좀 보세요. 큰 애 가방이 다 낡았던데…. 저건 어때요? 어머님 전에 오셨을 때 보니까 신발이 불편해보이시던데…. 나, 이런 빨간 블라우스 입으면 너무 흉해보일까요?”

이런 식입니다.

백화점 물건들을 모두 자기 것으로 만들며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에게 다 나누어 줄 수 있을 것만 같은 큰 꿈을 꾸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 아내. 이렇게 나눔의 삶을 사는 아내는 제 텅 빈 통장과 지갑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쑥스럽다는 아내의 말에도 굳이 아내의 손을 잡아봅니다. 아내의 따뜻한 체온이 내 가슴을 파고들어, 오늘도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