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는 행복 문간방 할머니와 연탄가스 김한나



지금은 보일러가 상용화되어 있지만 15년 전만 해도 연탄을 쓰는 집이 많았습니다. 가정 형편상 저는 부산 큰댁에서 학교를 다녔습니다. 큰댁 문간방에는 할머니 한 분이 세 들어 사셨는데, 화장실 옆의 창고를 연탄 쌓아두는 곳으로 만들어 놓으셨습니다. 지나칠 때마다 항상 몇 장 안 되는 연탄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등한시했습니다.

어느 날 새벽, 가족이 구급차에 실려 가는 큰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의식이 돌아와 눈을 떴을 땐 할머니와 사촌언니, 저 이렇게 세 사람은 링거를 꽂고 침대에 누워 있었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연탄가스에 질식된 것이라고 하시며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 했다고 하셨습니다.

사건인즉, 문간방 할머니가 연탄 아궁이를 잘못 막아서 벽 하나를 사이에 둔 할머니 방과 언니와 내가 자는 작은 방에 역으로 가스가 올라와 이런 봉변을 당했다는 것입니다. 소식을 듣고 놀라서 달려오신 문간방 할머니는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 하셨습니다. 그리고 한사코 병원비는 당신이 내겠노라며 주머니 속에서 꼬깃꼬깃한 쌈짓돈을 내미셨고, 눈물 결에 우리의 안부를 물으시며 저희의 수발까지 드셨습니다.

퇴원한 날 조금은 불안한 마음으로 방에 들어섰는데, 담장 밑에 어른거리는 물체가 보였습니다. 큰 엄마가 나가보니 바로 문간방 할머니가 미안한 마음에 들어오시지도 못하고 그 추운 겨울 동장군의 기승을 견디며 쪼그리고 앉아 계셨던 것이었습니다. 큰 엄마는 할머니께 아무 걱정 마시라며 두 손을 꼭 잡고 집으로 모셔오셨고, 저는 저희 방에 할머니를 위해 이불 한 채를 더 폈습니다. 서로에게 미안했던 마음을 화해하는 의미로 우리는 다같이 한 방에서 잠들었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추운 겨울 문간방 할머니처럼 소외당하고 계신 분들이 이웃에는 없는지 관심을 가지고 보살펴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주위를 둘러보세요. 어디선가 우리의 작은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이웃이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몸짓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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