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는 세상 모든 아이들을 안아주고픈 엄마의 마음 박인숙



신세대 주부 연예인 변정수 씨(33)는 엄마 욕심이 참 많은가 보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과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는 뱃속의 둘째 외에도, 멀리 방글라데시와 케냐 등 지구촌 곳곳에 10명의 또 다른 자녀를 두고 있다.

결연을 통해 그 아이들의 먹을 것과 입을 것, 학교 공부를 직접 뒷바라지 하는 것으로는 마음이 다 안차는지 이 세상 모든 아이들도 함께 보듬고 싶어한다. 모델이자 탤런트로 바쁜 가운데서도 틈틈이 ‘굿 네이버스’ 홍보대사 활동을 펼치며 사랑으로 세상을 끌어안는 엄마 같은 마음을 많은 이들에게 심어주고자 동분서주 하고 있다.

“9년 만에 둘째 아기를 가져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쌍둥이였으면 좋겠어요. 스물다섯 살 때 첫 아이를 낳았는데, 그 무렵 북한의 식량부족 상황이 매스컴에 자주 보도 됐었지요. 먹을 것 제대로 못 먹는 아기들을 보며 가슴이 아파서 광고 촬영을 하게 된다면 수입을 북한에 보냈으면 좋겠다… 생각 했어요. 얼마 뒤 오리온 제과에서 ‘아기 과자 베베’ CF를 찍게 돼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었지요.”

아무렇게나 걸친 것 같은 옷으로도 멋들어진 매무새를 가꿔내고, 호호~ 보다는 하하하! 거칠 것 없이 웃으면서 톡톡 튀는 발랄함을 풍겨내는 변정수 씨. 신세대 연예인의 활달한 매력에 가려져 있던 이웃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엄마 변정수 씨’에게서 뭉게뭉게 번져 나온다.

변정수 씨가 2003년부터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굿 네이버스(Good Neighbors)’는 ‘한국 이웃 사랑회’를 모태로 지난 1991년 한국에서 창립된 국제구호기구다.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종교와 인종과 사상을 뛰어넘어 국내는 물론 전 세계 18개국과 북한에서 빈곤과 질병, 아동학대와 가정폭력으로 고통 받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헌신적인 봉사와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지난 96년에는 국내 최초로 UN 경제사회이사회로부터 NGO 최상위 지위인 포괄적협의지위(General Consultative Status)를 받아 한국 비영리단체의 위상을 높였다.

‘나눔의 기쁨을 전해준 당신이 좋은 이웃’

지난해 결혼 10주년을 맞았던 변정수 씨와 남편 류용운 씨는 뭔가 뜻 깊은 일을 하고자 방글라데시를 찾았다. 남한 보다 조금 넓은 땅에 1억 4천만 명이 모여 살아 인구밀도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데, 해마다 국토의 70%가 물에 잠길 만큼 홍수와 태풍이 반복돼 엄청난 인명 피해를 낳는 가난한 나라다. 굿 네이버스는 빈민학사와 초등학교, 모자보호센터와 지역개발 사업장 등을 13년 째 운영하면서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주민들을 돌보며 미래를 향한 꿈을 심어주고 있다.

“밧따라 초등학교에서 종이비행기 만들어 날리고 벽화도 그리면서 선생님 역할을 했어요. 최대의 도시 빈민가인 밀뽈 모자보호센터에서는 목욕 등 씻기는 일을 했지요. 흙바닥 집에서 뒹구는 아이들은 하루 종일 흙먼지에 노출돼 비염과 중이염에 많이 걸려있더군요. 감자로 만든 매운 카레에 밥을 비벼먹는 게 주식이라서 유치원 또래 어린이들도 위장병을 많이 앓구요.”

한 평 남짓한 양철집에서 하루 한 끼 먹는 것도 행복으로 아는 초등학교 3학년짜리 하빕과 동생 루비나를 만났다. 머리는 헝클어지고 옷은 다 해진 것을 입었어도 아이들 얼굴은 구김살 없이 밝았다. 하지만 엄마를 보는 순간 가슴이 미어졌다. 자식들에게 밥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려고 한 것인지 엄마는 그저 뼈만 앙상했다. 그런 몸으로도 돈을 벌기위해 일 나가는 모습을 보고 차마 그냥 발길을 돌릴 수 없었다. 남매를 돌보기로 한 부부는 1대 1 결연을 맺어 지속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그렇게 결연으로 맺어진 자녀가 벌써 10명이다.

“채원이도 데리고 올걸, 많이 아쉬웠어요. 대부분의 한국 아이들은 자신이 얼마나 풍족하게 사는 지 잘 모르잖아요. 그래서 이번 여름 베트남에 갈 때는 채원이도 함께 갈 거예요. 저나 아빠나 바쁘게 바깥 일 하면서도 아이 잠들기 전에 책은 꼭 읽어주면서 같이 있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애를 쓰는데, 그게 다는 아니잖아요? 보다 넓은 세상과 보다 큰 마음 씀씀이를 자연스레 배우게 해주고 싶어요.”

부부는 방글라데시에 다녀 온 후 자신들이 돈을 들여 손바닥 크기의 작은 팸플릿을 직접 만들었다. 굿 네이버스의 사업을 간략히 소개하고 가난한 나라의 불쌍한 어린이들을 보살 필 수 있는 방법을 후원계좌와 함께 실어 친구들부터 나눠줬다. 한꺼번에 큰 돈을 내라는 것이 아니다. 작은 정성을 나누면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친구들부터 참여시켰다.

지난 91년 창립 당시 128명으로 시작된 굿 네이버스 후원회원은 현재 18만 명에 달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따뜻한 사랑을 베풀고 있는 ‘참 좋은 이웃’들이다.

나의 능력을 이웃과 나눈다

65억 지구촌 인구 중에 12억은 하루 1달러 이하, 천원쯤 하는 돈으로 근근이 생명을 이어간다. 굿 네이버스 회장 이일하 목사는 천원의 가치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돈의 가치란 것이 그 종이 속에 있는 게 아닙니다. 어딘가에 사용될 때 비로소 생겨나지요.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돈의 가치는 달라집니다. 부자가 되는 법은 참 간단해요. 돈을 더 값지게 쓰면 됩니다. 천원. 한 사람의 하루 식량이 되고, 목숨을 구할 수 있는 돈입니다.”

굿 네이버스는 매달 일정액을 보태주는 정기후원과 옷이며 주방용품 같은 물품 기증을 통해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 외에도 ‘능력 나눔’이라는 독특한 사업을 펼친다. 자신이 가진 능력을 이웃을 위해 베푸는 것이 바로 능력 나눔이다. 복지관이나 쉼터 어린이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청소하는 일에서부터 소년소녀 가장집의 컴퓨터 고쳐주기 등 다채로운 내용으로 이웃과 이웃을 연결해 준다. 뿐만 아니다. 1년에 하루라도 시간을 쪼개 이웃을 위해 뜻있는 노동을 할 수 있도록 자원봉사의 문도 활짝 열어놓고 있다. 굿 네이버스 자원봉사에 참가하는 손길은 연간 1만여 명이다.

경원대 섬유미술학과 1학년 때 학과 모델로 나선 것을 계기로 전문 모델로 큰 성공을 거둔 변정수 씨는 전공을 살려 ‘엘라호야’라는 패션 브랜드 사업을 하고 있다. 손수 디자인하고 소재를 골라가며 만든 엘라호야 옷 5천만 원어치를 지난 봄 현대백화점 본점에서 열린 굿 네이버스 결식아동을 돕기 위한 바자회 ‘올 포 칠드런(All for Children) ’행사에 기부했다. 그리고 직접 옷을 팔면서 고객들에게 맵시 나게 옷 입는 법 등을 가르쳐줘 큰 호응을 얻었다.

“제가 통이 크다고요? 아니에요. 하고 싶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니까 할 수 있을 때 한 거예요. 돈 내고 마는 봉사보다는 내 시간과 능력을 나누면서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주위 이웃이나 가까운 친구들을 적극적으로 포섭하게 되는 것 같고요. 더 많은 사람들이 나눔과 봉사의 기쁨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12월 출산을 앞두고 있는 변정수 씨는 당분간 연예활동을 쉬면서 엄마 역할에 충실하고자 한다. “이제 나는 사랑을 빼앗기는 구나” 겁먹고 있는 딸아이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아이 친구엄마들과 조를 짜 공부방 급식과 책 읽어주기 봉사에 나설 참이다. 물론 인도네시아 강진피해 구호 등 가난한 이웃을 위해 땀 흘리는 굿 네이버스 활동을 널리 알리는 홍보대사 역할에도 부지런히 참여할 예정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좋은 이웃’을 넘어 ‘아름다운 이웃’이 되는 만큼씩 세상은 행복해지겠기에.

* 굿 네이버스 (02) 338-1124 www.goodneighbor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