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구호 서울아산병원 파키스탄 의료봉사 이정선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10월 8일 발생한 파키스탄 대지진의 최대 피해지역에 의료지원단을 긴급 파견하여 의료봉사활동을 펼쳤다. 의료지원단은 10월 21일 출국, 아보타바드(Abbottabad) 아유브(Ayuv) 병원에 진료소를 설치하고 11월 1일까지 11일 동안 의료봉사 활동과 긴급 구호활동을 벌였다. 의사와 간호사, 약사 등 모두 13명으로 구성된 지원단은 각종 골절상과 외상 환자 등 하루 400명 이상의 환자를 진료했으며,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활동에도 총력을 기울였다. 이번에 파키스탄 동북부 인도 접경지역에서 발생된 리히터 규모 7.6의 강진은 10만여 명의 사상자 및 이재민 350만 명을 발생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전체 피해자의 절반가량이 어린이인 것으로 나타나, 전 세계인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2004년 12월에 발생한 서남아시아 쓰나미 지진 해일 때도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인도네시아 반다아체주에 의료지원단을 파견한 바 있다.

파키스탄에서 보낸 열흘 이야기
글·이정선 / 서울아산병원 일반외과·파키스탄 의료지원단 단장 사진·이종승 / 동아일보 사진부 기자



10박 11일의 일정
병원에서 파키스탄 지진지역에 긴급 구호팀을 파견하기로 결정하고 대한의사협회와 함께 한 현지에서의 활동은 2005년 10월 21일부터 11월 1일까지였다. 다른 나라의 민간단체 및 정부기관에서 파견한 구호팀 중 대부분은 의료 구호팀이었다. 이슬라마바드 국제공항에 새벽 4시에 도착한 뒤 우리가 있게 될 아유브 병원의 잔디밭 구호텐트 안까지 여러 현지 한국인 선교사와 사업가들의 도움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70여 개 상자의 의약품들을 운반해 정리하고 운송과 연락, 숙소, 식사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계속적으로 변화되는 현지 상황들 속에서 매우 유연하고 지혜로운 판단력을 요구했다. 마침 그 당시는 이슬람교를 믿는 파키스탄인들이 가장 신성시 여기는 금식기도 기간인 라마단 중으로 이라크 파병국인 우리를 편하게 맞아주지는 못하는 상황, 문화적인 차이로 여러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여건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활동은 종교와 정치적인 이해를 넘어선 것으로, 가장 근본적인 인간의 사랑과 긍휼히 여기는 마음이 그들의 속마음을 열게 하였다.



파키스탄 속의 한국인들
2005년 10월 22일 오후 1시, 아보타바드 아유브 병원의 공터에 마련된 대한의협 긴급 의료구호 1진의 텐트. 여기 저기 약간은 수줍고 두려운 눈빛의 현지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의료진의 손길을 기다리고, 외상 환자를 위한 텐트에서는 부족한 진통제 때문에 심한 고통 속에 외상 처치를 받는 어린이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먼저 도착한 1진 단원들의 첫 인상은 모두들 신이 나 있었고 7일 이상의 진료를 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연장자이신 모 병원의 부원장도 겸손히 쓰레기통을 치우고 환자들 한 명 한 명을 정성껏 진료하셨다. 모두 다 하나의 공동체로서 타인을 섬기는 한국인들의 모습이었다. 2005년 10월 23일, 우리들 2진의 진료가 시작됐다. 아침 6시30분 기상과 체조를 마치고 병원에 오전 8시에 출근해 진료소와 그 주변을 방역하고 청소하면서 진료소 문을 열었다. 각 파트마다 열심히 정리하고 환자를 맞이하려는 마음가짐이 아름다웠다. 환자들은 8시 전부터 텐트 앞에 와서 우리를 기다렸고, 언제부턴가 병원 경비원들이 환자들을 정렬하고 호명하면서 접수를 도와주었다. 현지 일반의 2명이 매일 우리 진료소를 방문해 예진과 환자진료의 통역을 맡아주었다. 첫날 190명을 시작으로 마지막 29일에는 401명의 환자들을 돌봤다. 날이 갈수록 환자가 늘었는데, 한국 의료진의 소문이 인근 지역에 퍼졌기 때문이다. 10월 26일에는 발라코트란 지역으로 이동진료를 나갔다. 도시의 95%가 지진으로 인해 큰 피해를 본 지역으로 굿네이버스 단체가 진료하던 캠프와 다른 한국 민간단체가 진료하던 캠프를 인계 받았다. 의사 1명과 간호사 2명을 26일부터 29일까지 현지에 보냈다. 조금은 위험하고 열악한 환경이지만 더욱 더 보람을 느끼는 단원들의 보고에 찬사를 보냈다.



슈크리아
우리가 머무는 동안 많은 환자들과 현지 언론들, 병원 관계자, 현지 국무총리 등이 진료 텐트를 방문했다.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방문자는 환자가 아닌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었다. 이른 아침 진료소 텐트를 세우고 청소하며 진료 준비를 하는데 학생들이 선생님을 찾아왔다는 현지 통역자의 말을 들었다. 등교 길 여러 학생들이 한국에서 이재민을 도우러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던 길을 돌아 병원을 찾아왔다. “당신들이 와서 너무나 고맙습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너무나 많이 다치고 어렵습니다. 당신들을 환영합니다.”진지한 학생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외국인에 대한 호기심이 아니었다. 마치 자신이 도울 수 없는 사람들을 내게 부탁하는 호소 같았다. 나 또한 도울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내겐 당신들을 도울 수 있는 것이 기쁨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