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백혈병소아암어린이돕기단체 날개달기 송원이


도움은 계속되어야 한다
1998년 10월, 당시 대학생이던 조욱관 씨(날개달기 대장)는 대학 캠퍼스에서 형진이(가명) 엄마를 만났다.
“백혈병을 앓고 있는 아들을 위해 혈소판 헌혈 공여자를 찾아 다니셨어요. 아무나 붙잡고 하소연하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습니다.”
그래서 그는 친구 5명을 모아 헌혈을 하러 갔다.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피가 부족해 생사를 헤매는 아이에게 도움 한 번 주자는 정도였다.
“그런데 검사하고 헌혈하고, 또 부모님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안타까운 사연을 많이 듣게 되었어요. 경제적 어려움과 이웃들의 무관심 속에서 떠나는 아이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 가운데 그들은 백혈병은 어떤 병인지, 백혈병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무엇인지, 적십자 같은 혈액 공급처가 있음에도 왜 간병인인 부모가 혈액 공급자를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돌아다녀야 하는지 하나하나 답을 찾아갔다. 살고 싶은 아이들의 눈빛과 그 희망의 불씨를 살리지 못해 괴로워하는 부모들의 좌절도 보았다.
‘도움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그들은 1999년 4월, 헌혈 봉사자와 백혈병 아이들을 연결시켜주는 인터넷 사이트(www.wingshang.org)를 구축했다. 그 사이트는 ‘날개달기’라는 이름으로 혈소판 공여자 연결뿐만 아니라 치료비 지원, 학습 지도, 정서적 후원사업, 새생명 국토대장정 등 활동 영역을 넓혔다. 실질적으로 함께 활동하는 자원봉사자 역시 1,000여 명으로 늘어났다. 6년 세월이 거둔 결실이다.

1,000여 명의 천사들
6년의 시간은 이 일을 도모했던 대학생들의 모습도 바꾸어 놓았다. 형진이 엄마의 손을 잡았던 조욱관 씨는 날개달기 단체를 직접 이끌어 가고, 다른 이들도 직간접적인 봉사자로 나섰다. 또 그들은 날개달기의 여러 사업에 자발적으로 참가하는 든든한 아군, 30여 명도 새로 만났다.
“이 단체를 시작하면서 중점을 두었던 부분 중 하나는 백혈병에 대한 올바른 홍보였어요. 매년 여름, 한 달 가까이 계속되는 국토대장정은 홍보 목적을 지닌 이벤트입니다. 그 시간 동안 백혈병에 대해, 봉사에 대해 함께 토론하고 방법을 모색하는 사람들과 결속력이 다져지는 건 당연하지요.”
이들은 날개달기의 진정한 가치는 드러나지 않는, 그러나 움직이고 있는 1,000여 명에 있다고 강조한다.
“혈소판이나 헌혈증, e-mail 교류나 학습 지도 요청 게시판에 글이 뜨면, 개개인이 답글을 달고 알아서 찾아갑니다. 날개달기 차원에서 관리하는 부분도 많지만, ‘제가 도와드릴게요’라는 답글을 다는 분들 덕에 날개달기는 존재하죠.”
또 적어도 20명 이상의 혈소판이 모여야 한 아이를 살릴 수 있는 상황을 십분 이해하는 1,000여 명의 천사들은 자신의 선행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주위 사람들을 참여시키고, 그렇게 참여한 사람들이 또 다음 사람들을 끌어온다. 기분 좋은 점조직, 아름다운 다단계인 셈이다.

아이는 살아납니다
믿는 구석은 또 있다. 살아야겠다는, 지금 내가 도움을 받은 것처럼 훗날 나도 남을 도우며 살겠다는 백혈병 소아암 어린이들이다. 척수주사실에서, 골수검사실에서, 고통스럽지만 의연히 병마와 싸워 나가는 꼬마 친구들을 볼 때, 날개달기 식구들은 희망이, 실천하는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끼게 된다.
“아이들은 죽느냐 사느냐 기로에 있습니다. 우리가 실천하면 아이는 살아납니다. 새 생명을 가질 수 있지요. 이 아이들이 살아서, 이 사회에서 높이 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정상적인 치료를 받으면 70% 이상 완치되는 백혈병을 불치병으로 잘못 판단하여, 살아나고자 애쓰는 생명을 꺾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조욱관 씨는 강조한다.
새생명을 선물하는 고귀한 가치는 날개달기의 운영 방식에도 중요한 원칙을 만들어냈다. 후원금의 일정 부분을 단체 운영비로 쓸 수 있는 법적 조항이 있지만, 운영진은 후원금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사용하고, 단체 운영비는 개개인이 아르바이트로 충당하고 있는 것. 후원금이 어디에 쓰여지길 바라는지 후원자들의 마음을 두고두고 헤아린 결과이다.
그리고 그들의 내핍은 후원자들의 사랑으로 채워진다. 월급이 올랐다며 난 지금 월급으로도 충분히 생활이 가능하니 오른만큼의 돈을 내겠다는 님, 보잘것 없는 가게를 운영하지만 수익금의 일정 부분은 매달 보내겠다고 약속하고 실천하는 님,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e-mail로, 전화로 아이들과 열심히 교류하는 수많은 님들… 이들, 이름없는 천사들이 있기에 그들은 오늘도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날개를 아이들에게 매단다.

글쓴이 송원이·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