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사랑 만들기 오윤자



가족관계의 ‘작용과 반작용’
가족 관계 역시 작용과 반작용의 원리가 적용된다. 가족 구성원들의 관계가 정서적으로 같은 선 위에서 다양하게 밀고 당기면서 힘의 균형을 맞출 때, 그 가정은 건강하다. ‘가족’ 안에도 여러 관계가 함께 얽혀 있는데, 부부 관계, 부모-자녀 관계, 형제 자매 관계 등이 기능적이며 건강할수록 그 가족은 안정된다.
이 때 각 관계에는 여러 요소들이 영향을 미친다. 때로는 비합리적인 신념이 진실인 것처럼 작용하면서 이와 동일한 힘의 반작용적이며 부정적 행동 패턴이 가족 관계를 좌지우지하는 경우가 있는데, 불협화음은 대부분 이럴 때 생긴다.
한국의 가족 관계에서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요소는 어머니와 자녀(특히 아들) 관계의 과도한 밀착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실제로는 거짓인, 과장된 표현처럼 어머니들은 삶의 모든 기대와 소망을 자녀에게 쏟아붓는다. 그리고는 성인이 된 자녀를 향해 ‘효’를 외친다. 이러한 어머니들의 바람은 서로에게 어려움을 만들곤 한다.

갈등하는 고부
전통적인 고부간의 갈등도 여기에서 나온다. 고부 관계는 결혼에 의해 시작되는 가족내의 인간 관계로서, 기존 가족 관계에 새로운 관계가 연결되어 상호작용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때 시어머니는 새로운 가족 구성원을 그 동안 수행해온 자신의 역할에 대하여 정서적이고 심층적으로 경쟁자 또는 침입자로 인지함으로써 가족 관계의 경계선을 애매하거나 경직되게 만들기 쉽다.
여기에는 시어머니가 되는 나이가 중년기와 노년기에 해당된다는 점도 영향을 끼친다. 신체적·정서적인 전환을 맞이하면서 개인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적절한 준비를 하지 못하면 소외·좌절·불안·분노 등의 인지적 왜곡 현상이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부모와 남편의 부양, 자녀 양육이 중심이 되어 정작 주인공인 자신은 주변인으로 물러나 있었던 긴 기간이 지나고, 겨우 한숨을 돌려 중년을 맞은 자신을 바라보려니 소외와 한이 느껴지는 것이다.
따라서 자칫하면 시어머니와 아들과 며느리의 삼각관계가 형성되어 불안정한 인간 관계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개별적인 시어머니와 며느리 당사자의 관계 형성보다는 이미 우리에게 무의식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고부 관계에 대한 비합리적인 신념 체계가 작용하여 인지적 왜곡이 발생함으로써 더욱 만족하기 어려운 관계로 발전되어 갈 수도 있다.

‘됨’의 미학
이러할 때 필요한 것이 ‘작용과 반작용’의 원리에 따라 관계를 조절하려는 노력이다. 먼저 시어머니에게는 시어머니 ‘됨’의 재구조화가 필요하고, 며느리는 며느리 ‘됨’의 재구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시어머니는 자신이 시어머니가 되었고 사랑을 나눌 새로운 가족 구성원으로서 며느리를 맞이했음을 인정해야 하며, 며느리는 기존의 구조를 보호하고 더 큰 사랑을 만들어 가야 할 며느리로서의 역할을 소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이다. 이렇게 ‘~됨’의 재구조화를 이룬 두 사람이 함께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며 새로운 경계선을 만들어 나갈 때 그 관계는 건강해지고 사랑은 커진다.
혹시 갈등이 일어났을 때에는 문제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 또한 이기는 것이 해결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해결을 위해 갈등하는 동안도 서로가 사랑하고 있음을 확인해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는 고부간의 밀고 당기는 갈등 현상이 오히려 더 큰 사랑을 만들 수도 있다. 고부 관계를 형성시킨, 매개 변수인 아들이며 남편이 매우 어려울 수 있음도 사려깊게 생각해야 한다. 이러한 기본적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건설적인 갈등 해결 전략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작용과 반작용’의 산물
최근에는 ‘철없는 시어머니와 당찬 며느리’라는 새로운 고부 관계가 형성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전통적인 고부 관계이든 새로운 양상의 고부 관계이든, 서로가 ‘됨’에 대해 준비하고 ‘사랑’이라는 정서적 공감대 위에서 ‘작용과 반작용’을 조화롭게 꾸려나갈 때에 그 관계는 아름다워진다.
“알았어요, 엄마.”, “얘야, 네가 참 좋구나”라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우애있고 평등한 고부 관계로의 재구조화를 이루어 보자. 이렇게 재구조화된 시엄마와 며느리 관계에서 일어나는 ‘작용과 반작용’은 분명 ‘사랑의 기적’을 낳을 것이다.

글쓴이 오윤자는 경희대학교 학생생활연구소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