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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중계 “나눔은 자선이 아니라 함께하는 삶이다” 편집부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지난 6월 20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서울 신문로에 자리한 아산정책연구원 강당에서 ‘한국의 나눔문화와 복지사회’에 관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재단 창립 36주년을 기념해 열린 이번 심포지엄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인사말과 손봉호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의 축사, 김용학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의 기조연설 순서로 진행되었으며 학계와 현장 전문가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정몽준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우리나라가 어렵지 않은 때가 없었지만 지금은 심각한 문제들이 한꺼번에 몰려오고 있는 것 같아서 걱정”이라며, “지난 세대가‘하면 된다’는 정신으로 나라를 일으켜 세웠다고 한다면, 우리는 다시 마음을 모으고 지혜를 모아 지금의 위기를 극복해 내고 한 단계 도약하는 발판을 만들어야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기조연설 원고를 보면 아담 스미스는 ‘인간에게는 이기심과, 타인의 아픔과 기쁨을 함께 나누는 공감 능력이 있다’고 했다. 인간의 본성에 이기심뿐만이 아니라 이타심이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며, “우리는 빈부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전통사회가 지켜왔던 나눔문화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봉호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는 축사를 통해 “영국의 자선후원단이 해마다 조사해서 발표하는 세계기부지수에 의하면 한국의 기부 수준은 2009년에 81위였으나 지난해에는 45위로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고 말하고, 그러나 “아직도 미국ㆍ영국은 물론 태국ㆍ필리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고, 기업의 기부에 비해서 기업인을 포함한 개인 기부가 충분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사회 약자들의 복지를 위하여 기부하면 OECD에서 네 번째로 높은 우리 사회의 갈등 지수를 낮추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오늘 심포지엄이 지금 막 일어나고 있는 나눔 운동을 활성화하는 데 큰 자극이 되고 건전한 나눔문화 정착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나눔은 인간의 기본 속성”
‘공감문명과 나눔문화의 확산’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 김용학 연세대 교수는 “전통사회에서는 생존하기 위한 도덕 가치로 구휼과 나눔이 상존하였으나, 자본주의 발달로 나눔문화가 퇴색되어 왔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복지국가가 등장하였으나 국가에서 책임질 수 있는 복지는 한계점에 부딪히고 있어 인간의 기본 속성인 나눔의 전통적 가치를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교수는 “거지가 ‘한 푼 줍쇼’하는 것보다 ‘배고파요’라고 말할 때 적선을 더 많이 받듯이 나눔문화를 확산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공감 능력을 끌어낼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서는 SNS 등 정보기술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감동’ 스토리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김 교수는 “나눔은 물질적인 자원과 비물질적인 재능 그리고 기회를 나누는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으며, 나눔의 방식 또한 기부와 자원봉사, 일자리 나눔 등 일방적 나눔과 수혜자 입장에서의 복지 욕구를 수용한 쌍방적 나눔 방식이 다양한 형태로 결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의 나눔이 어느 때보다 중요”
이어서 좌장을 맡은 권대봉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의 진행으로 제1주제부터 제3주제까지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한국의 나눔문화 전통과 현대적 수용’이라는 첫 번째 주제를 발표한 양옥경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국의 나눔문화 전통을 살펴보기 위해 구한말 개화기의 독립신문과 제국신문, 황성신문 등의 기사를 통해 전통적인 나눔문화를 살펴보았는데, 우리나라 나눔의 특성은 제도적으로 할 수 없거나 하려는 의지조차 없던 일을 민간에서 해내는 일로 제도권 밖의 일이며, 스스로 결정해서 실행하는 자발성과 타인과의 공감을 통해 나와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의 삶도 귀하고 소중하다는 애민정신의 철학을 바탕으로 하는 특징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주제발표에 이은 토론에는 박성중 미래도시 & 나눔연구소 소장과 서신혜 한양대 기초융합교육원 교수가 참여했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나눔문화 전통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를 위해 시대를 구한말로 한정하지 말고 경주 최부자와 제주거상 김만덕, 개성상인 등의 나눔 사례와 품앗이ㆍ두레ㆍ계ㆍ부조 등으로 고찰의 범위를 넓힐 것을 제안했다.
‘포용적 사회와 나눔문화의 현실’이라는 두 번째 주제를 발표한 김형용 동국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의 나눔문화 운동은 단순한 자선이나 박애의 차원을 넘어서고 있으며, 대다수의 나눔 연구도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서비스로는 다양한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며, “민간의 자발적 기부에 의한 서비스 공급이 정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다양한 분야에 대신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으므로 민간, 그 중에서도 기업과 기업인 그리고 일반 시민의 나눔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고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일반적인 기부나 자원봉사 등 나누어 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나누어 일하거나, 나누어 돌보고, 나누어 사는 것이 더욱 중요하며, 나눔은 자선이나 기부와 달리 ‘함께 사는 삶’을 중시하는 생태적 공유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토론에는 박태규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와 오안희 아산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통번역사가 참여하였다.
박 교수는 “기부에 대한 조기 교육이 필요하고, 자원봉사자는 기부 참여율이 높고 정기적인 양상을 보이므로 자원봉사를 권장하고 확대해 나가는 기부문화 정착이 필요하다”면서, “공익재단 설립과 운영에 대한 자율성 확대를 위해 재단을 설립할 때 허가주의에서 인가주의로 전환하고, 보유주식 상한 완화와 사업내용 규제 완화, 기본 재산 적극 활용 유도 등 법률 개정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복지국가는 자본주의 체제의 한 형태”
1995년 산업연수생 신분으로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와서 2000년 한국인과 결혼한 오안희 통번역사는 “다문화 가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으나 대부분 물질적 지원에 그치고 있다. 결혼이민자들의 능력을 강화하는 교육 등을 지원하여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결혼이민자 등 다문화가족도 지원만 받으려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갖고 있는 재능을 한국 사회에 나누고 베푸는 자세를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나눔문화의 미래와 복지사회’라는 제3주제 발표에서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복지’에 관한 한국적 특성이 복지는 진보진영의 이슈로, 자본주의를 지칭하는 ‘시장’논리는 보수진영으로 나뉘어 ‘복지’와 ‘시장’이 서로 대치되는 개념처럼 오해를 낳고 있지만, 복지국가는 자본주의 체제의 한 형태”라며, “복지국가라는 개념은 자본주의 자체를 부정하지 않으며, 오히려 자본주의에서 파생되는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자본주의가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보완책”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 교수는 “우리 사회의 미래 복지체제는 정부와 기업, 시민의 나눔이 협력하고 상호 조정되는 동반자적 상생ㆍ협력 관계의 복지 다원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 뒤 “정부가 수요자 중심의 ‘나눔 활성을 위한 기본법(가칭)’을 제정하고, 모순된 법률을 재정비하고, 세금감면 혜택 등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나눔을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초ㆍ중등 교육과정에서 나눔 교육을 실시하여 어려서부터 나눔을 문화로 체득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토론에서 최재성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나눔 활성을 위한 기본법(가칭)’과 같은 새로운 법률 제정과 함께 조세정책 등을 나눔문화에 친화적으로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해 이 교수의 의견에 동의했으며, 권택명 외환은행나눔재단 상근이사는 “나눔문화는 이벤트나 캠페인으로 정착될 수 없고 장기간 지속적으로 진행하여 자연스럽게 문화로서 우리 삶 속에 자리 잡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산재단은 1979년부터 한국 사회의 발전과 국민복지 증진을 위해 매년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해왔다. 올해에는 복지와 나눔에 대해 과거ㆍ현재ㆍ미래로 나눠 우리 선조들의 나눔문화 사례를 살펴보고, 오늘의 복지현실을 짚어봄으로써 우리가 지향해야 할 복지사회를 제시하고 논의하기 위해 개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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