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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식물 찬바람에도 의연한... 이유미




산과 들엔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우리인듯하여 정이 가는 풀도 있고, 특별하여 마음을 끄는 그런 풀도 있습니다. 바위솔은 후자입니다.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긴 삼각형의 전체 자태, 육질의 두툼한 잎새, 조건에 따라 갈색을 띠기도 하는 색깔이며 줄기의 끝에서 잎의 연장처럼 길게 올라가며 피어나는 꽃과 같은 모양도 독특할 뿐 아니라, 번식하는 전략도, 살아가는 생태도 모두 모두 별나 재미있는 식물입니다.

바위솔과 비슷한 식구들 중에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이 둥근바위솔입니다. 잎 끝이 둥글고 식물체에 분백색이 도는 것이 잎 끝이 뾰족하고 가는 바위솔과는 크게 구별되지요. 둥근바위솔은 해안가 바위나 모래밭에 주로 나타납니다. 이즈음 해변을 산책하다 보면 피다 남은 해국과 함께 꽃송이를 올렸거나 열매를 단 멋진 모습을 구경할 수 있는 행운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잎이 다복하니 둥글게 달려있는 모양이 마치 한송이의 잘 피워진 연꽃을 닮았다고 하여 바위연꽃(Orstachys iwarenge Hara) 또는 연화바위솔이라고도 부른답니다.

예전에는 약으로도 썼고 이즈음엔 돌로 된 정원(암석원)에 인기가 높지만 전 이 풀의 강한 생명력에 자꾸 관심이 갑니다.  줄기의 밑동에서 자란 짧은 곁가지에 어린 싹이 새로 돋아나고 그렇게 새끼를 치며 퍼져 나갑니다. 잎 조각조각을 주워 다 꽂으면 또 하나의 새로운 포기가 만들어집니다. 게다가 몸속에 물기를 담고 있어 건조에 특별히 강하지요. 바위솔을 두고 ‘살리려고 하면 죽고, 죽으라고 버려두면 잘 자란다’는 말을 할 만큼 말입니다. 생각해보세요. 자라는 곳이 바위 겉이나 혹은 오래된 기왓장 위, 돌담 등이니.

극한 환경에서 새롭게 적응하며 멋지게 살아남은 바위솔. 그래서 너무 물이 많으면 물러 버리고 양분이 너무 많아도 좋은 모양을 만들지 않고 자꾸 영양 번식체만 만들어 댑니다. 어려움을 이기고 성공한 사람이 주변의 사소한 안락함이나 유혹에 빠져버리기도 하는 우리들의 모습과 어쩜 그리 같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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