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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an in asia “아름다운 동행 그리고 나눔” 선우성

2013년 4월 19일 금요일 오후, 서울아산병원 동관6층 제1세미나실은 병원 직원들로 북적였다. 간호4팀이 주최한 ‘아름다운 동행 그리고 나눔’이라는 제목의 바자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바자회장은 알뜰구매의 현장이면서 경매의 열기도 넘쳤지만, 그 가운데에는 무엇보다 사랑의 강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 바자회의 수익금 250만원은 4월 25일, 병원 지하 창고에서 열심히 짐을 싸고 있던 아산의료봉사단 제4기 라오스 의료봉사팀(단장 차흥원 안과 교수, 이하 라오스4봉사팀)에게 전달되었다.
서울아산병원 기독봉사회를 주축으로 라오스 봉사의 뜻을 모은 라오스4봉사팀은 36명의 병원 직원, 12명의 외부 봉사자, 윈내외 봉사자들의 가족 8명 등 56명으로 구성되었고, 현지에서 코이카 의사와 간호사들을 포함하여 15명이 합류한 대규모 팀이었다. 직능별로 보면 의사 13명, 간호사 26명, 약사 3명, 치위생사 2명, 방사선사 2명, 의공학 기사 1명, 진단검사의학 기사 1명, 사진촬영 담당 2명, 언어치료사 1명이 있었고, 20명의 통역ㆍ접수ㆍ안내ㆍ요리 및 어린이 사역 담당자들이 있었다. 인력 구성만으로 보면 라오스의 수도 비엥티안에 자리 잡은 국립병원 다음으로 규모가 큰 이동병원(?)이었다.
라오스는 인도차이나반도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최빈국에 속하는 나라다. 1893년부터 프랑스의 보호령이 되어 지배를 받다가 프랑스령 인도차이나연방의 일부가 되었고, 1949년 7월 독립하였다가 1975년 공산혁명을 통해 사회주의국가가 되었다. 특히 미국의 베트남전쟁 때 베트남을 도왔다가 전쟁 막바지에 철수하는 미군 공군기들의 폭격을 받는 바람에 반미 감정이 많고, 그 때문에 문호 개방이 늦어져서 캄보디아나 미얀마보다도 가난한 나라가 되었다. 특히 우리 의료봉사팀이 주로 진료한 북쪽 우돔싸이주는 베트남전 당시 미군들을 도와줬다가 라오스에서 왕따 당하고 있는 소수민족 몽족들이 많이 살고 있어 경제상황은 더욱 안 좋았다.
가난한 지역에 봉사 나갈 계획을 세우고 사방에 협조를 요청하다보니 병원 내외에서 많은 동행과 나눔의 손길이 있었다. 특히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손위생과 칫솔질 교육을 계획하면서 어린이 사역 물품들이 많이 모였다. 의사도 많고 간호사도 많고 홍보도 상당히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에 약품도 많이 준비했다. 하루에 1천 명씩, 3천 명이 와도 될 만큼의 약을 준비했는데 약사의 숫자가 평소의 세 배인데도 이번 라오스4봉사팀의 약사 세 명은 동료들이 다 퇴근한 밤 시간에 밤을 새워 가면서 약속처방을 찍어내야 했다.
그렇다! 항상 그렇듯이 출발해서 돌아오는 일정은 오히려 수월한 편이다. 이 모든 일정을 계획하고 행정을 담당하여 준비하고, 여러 사람들의 역할을 조율하며, 후원을 받아내고, 같이 떠나는 팀원들을 서로 화합하도록 만들고,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준비하는 출발 전 준비가 훨씬 힘들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약사들 이외에도 수술장 담당 간호사들을 비롯한 각 분과의 간호사들과, 안과 전공의, 봉사기획자, 어린이 사역 담당자들이 출발 전에 이미 지칠 만큼 고생을 하였다(묵묵하게 이런 준비과정들을 담당해준 모든 봉사자분들께 이 지면을 빌려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3일 동안 2,700여명 진료
이렇듯 어렵지만 모든 준비가 수월하게 진행되며, 무질서하게 쌓였던 각 파트의 짐들이 이민 가방과 포장된 박스 속으로 속속 정리되던 단체짐 쌓던 날, 첫 번째 문제가 발생하였다. 아직 팩스 X선 촬영기를 포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가 포장한 공동짐의 무게가 이미 200kg이 초과된 것이다. 이제부터는 아깝지만 잘 쌓았던 짐들을 풀어야 했다. 병원 내외의 많은 분들이 후원해 주었던 치약과 어린이 학용품들을 다시 들어낼 땐 가슴이 짠했다. 나중에 다시 나눌 기회를 바랄 수밖에….
약간의 논란 끝에 간식도 많이 덜어내서 짐무게를 줄였지만, 출발 당일날 비행장에서 보니 무게가 150kg이나 초과되었다. 다행히 우리 팀원들 외에는 다른 탑승객들이 많지 않아 초과요금 없이 모든 짐을 싣고 갈 수 있었다.
다음 고비는 항상 신경이 쓰이는 약과 의료기구의 통관문제였는데, 저녁 늦게 도착해서인지 세관 직원들 숫자 자체가 적었으며, 일부 젊은 남자 직원들은 하얀 피부의 우리 간호사들에게 말 걸며 예쁘다고 칭찬하기 바빴다. 으휴~ 어느 나라나 남자들이란….
수도 비엥티안에서 다시 국내선 비행기를 탄 뒤 버스로 찾아간 우돔싸이 지방에서 첫날은 마을에 들어가 학교 건물을 빌려서 진료하였다. 오전에는 학생들의 검진으로 시작하여 오후에는 많은 수의 마을 주민들을 보았다. 인기가 좋았던 마취과ㆍ통증크리닉과ㆍ치과 진료를 포함하여 첫날 867명의 진료를 보았고, 260여개의 돋보기를 나누어 주었다.
읍내의 청소년수련원으로 자리를 옮겨 진료한 이튿날과 3일째에는 각각 790명과 1,060명을 진료하여 3일간 총 2천7백여 명을 진료하였다. 우돔싸이주의 총인구가 30만 명이 좀 안 되는 것을 감안할 때 이곳 인구의 1% 정도를 진료한 것이다.
3일의 진료기간 동안 112건의 X-ray 촬영이 있었고, 179건의 초음파 검사와 195건의 진단검사의학 검사도 수행되었다. 읍내의 도립병원 수술장을 빌려서 백내장 수술 16건을 포함하여 24건의 수술을 시행하였다. 선천성 백내장 아이의 눈을 밝혀준 것은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이었다. 또 한국에 데려와서 수술하여 살릴 수 있다고 판단되는 뇌종양 환아 두 명을 찾아냈다.
 반면 20세의 한창 나이에 치료 못 받은 선천성심장병으로 잘 걸어 다니지도 못하는 안타까운 처녀와 40세 전후의 만성신부전 환자들을 보며 같이 울 수밖에 없었고,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위암ㆍ폐암 할아버지들에게는 차마 진단명을 말씀 못 드리고 마음속으로 기도만 해드렸다.
의료진들이 안에서 열심히 진료하는 동안 어린이 사역 담당자들은 밖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어린이들을 사랑으로 섬기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봉사 때마다 느끼는 사실이 있는데, 모든 봉사자들이 참 열심히 섬기지만 순진한 이곳 사람들에게 더 많은 은혜를 받고 간다는 사실이다.
이번 라오스4봉사팀은 역대 서울아산병원 해외봉사팀 중 가장 최첨단의 봉사기구로 무장하고, 가장 많은 전문과목 인력들이 참여한 대규모 봉사였다. 많은 활동을 펼치고 돌아온 우리 가슴에 찡하게 남는 것은 그런 자부심보다는 봉사자들과 후원자들의 ‘아름다운 동행 그리고 나눔’의 마음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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