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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담인 “경영인의 올바른 자세, 설립자께 배웠다” 고선희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외환은행 등에서 외환딜러와 종합기획실 차장으로 일하며 재무전략과 리스크 관리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오철승(53) 정담회장. 그는 은행을 나와 2000년 (주)아이포렉스시스템즈를 창업했다.
아이포렉스시스템즈는 국제시장에서 평가절하를 받아온 우리 기업들에게 위기관리 능력을 길러주는 기업 솔루션 회사이다. 대기업과 공기업을 중심으로 재무전략 컨설팅을 하고, 필요할 때는 시스템까지 공급하는 회사를 13년째 경영해온 오 회장은 기업의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은 기업인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한다. 그것이 바로 아산장학생으로서 정주영 재단 설립자에게 배운 교훈이라는 것이다.

농활에서 직접 손수레 끌던 설립자
“설립자께서 늘 하시던 말씀이 ‘나는 소학교만 나와서 너희들이 부럽다’였습니다. 근데 전 이 말씀이 ‘나는 소학교만 나왔어도 이렇게 일을 이루어냈는데, 너희는 최고 학부를 다니면서 뭐하고 있는 것이냐! 정신 차려라!’라는 말씀으로 들렸습니다.”
학생들과의 격의 없는 만남을 즐긴 설립자를 회고하던 오 회장은 농촌봉사활동에서 막걸리를 마시고, 직접 손수레를 끌던 설립자의 모습이 아직도 또렷하다면서, 설립자가 행동으로 보여준 겸손과 미덕을 지금까지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고 말한다.
“현대그룹 이사들은 설립자를 못 만나도 학생들은 만난다는 말이 있었죠. 그러니까 그 시절에는 이사들보다 학생들이 더 높았습니다. 허허허.”
아산장학생에 대한 특별하고 순수한 애정을 보여준 설립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장학금만 받고 끝날 수도 있었던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사람’을 중요시했던 설립자의 따뜻한 인간애가 재단의 밑바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학금을 줄 때는 대체로 조건이 따라붙게 마련이었는데, 아산장학금은 그런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액수가 가장 많은 장학금이었는데도 말이죠.”
오 회장은 공무원인 아버지의 월급으로 2남 2녀 중 셋이 대학에, 한 명은 고등학교에 다녔기 때문에 어머니도 화장품 외판원을 하며 등록금을 대느라 늘 고생이었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 정담회 4기로 선발돼 받은 아산장학금은 가뭄에 단비였다. 더욱이 등록금이 싼 국립대학에 다녀서 생활비까지 해결해준 고마운 장학금이었다. 그리고 아산장학생이라는 말에는 ‘성적이 가장 우수한 학생’이라는 자부심까지 들어있어서 부모님께서 무척 자랑스러워했으며, 지금도 설립자의 얘기를 하시면서 늘 고마워하신다고 한다.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에는 두 가지 뜻이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최선을 다했으면 나머지는 하늘의 뜻이니, 그 하나는 성공하였을 때 겸손해야 한다는 뜻이고, 다른 하나는 실패하였을 때 너무 비관하거나 자책하지 말라는 위로와 희망의 뜻이라는 것이다.
“제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허생전’에 나오는 허생입니다. 그 사람이이말로 경영을 통해 민생을 안정시키고자 노력한 대표적인 지식인이자 경영인이니까요.”
오 회장은 설립자 또한 그런 사람이었다면서, 자신도 기업의 이익을 공동체에 환원하고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바쁜 시간을 쪼개 대한장애인볼링협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동문회 활성화시키기 위해 노력 중
“사실 동문회 회장으로서 많은 역할을 하지 못한 것 같아 늘 미안한 마음입니다.”
정담회 동문회장으로서 동문들과 재학생들에게 미안한 점이 많다며 운을 뗀 오 회장은 동문회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작업을 계속하고 있지만 다들 너무 바빠서 그런지 쉽지 않다고 한다. 그래도 이제는 추억을 공유한 사람끼리만 모이는 모임을 하나로 엮어 동문회 전체 조직을 활성화시키고 재학생들과 연계시켜서 네트워크를 유지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재단 관계자들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뿐입니다. 비공식적인 자리까지도 늘 함께 해주셨기 때문에 모임이 활성화되고 끈끈한 정으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아산장학생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해준 재단에 감사를 전한 오 회장은 받은 만큼 재단에 도움을 줘야 한다는 공감대를 모든 동문들이 갖고 있지만 아직은 추진력이 약하다고 말하면서 사회에 대한 적극적인 환원의 기회와 토대를 재단과 함께 만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오 회장은 자신이 매개체가 되어 소외된 이웃의 삶의 질이 올라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면서 이것이 곧 ‘아산 정신’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목표를 정했으면 길게 보고, 꾸준하고 근면하게 하루 5분이라도 자신의 목표를 위해 노력한다면 결국 그 시간들이 모여 인생을 바꾸고 크게 이룬다는 말을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다고 했다.

※ 정담회(淨淡會) : 1977년 2학기부터 배출된 아산장학생들의 모임. ‘담담(淡淡)한 마음을 가집시다’라는 정주영 재단 설립자의 휘호에서 명칭을 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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