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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명소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공간 유인종

선화예고 학생들이 문화광장에서 공연한 적이 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합주였다. 뒹구는 낙엽만 봐도 까르르대는 여고생들이어서일까, 환자복·링거·휠체어 등을 보고 숙연한 태도를 취하던 다른 공연팀과 달리 천진난만했다. 

발랄한 공연이 끝나자 한 여인이 휠체어를 밀고 학생들 앞에 나타났다. 휠체어에는 남편이 앉아 있었다. 부부가 마시려고 산 요구르트 2개를 학생들에게 내밀며 여인이 말했다. “남편이 오랫동안 투병 중이다. 간병하느라 빚을 많이 져서 생활에 쪼들리고 있다. 요즘 남편과 함께 ‘나쁜 생각’을 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학생들 공연을 보며 마음을 바꿨다. 고맙다. 다시 열심히 살겠다.”

눈물을 쏟는 부부를 보며 가벼운 마음으로 공연했던 학생들도 눈이 붓도록 울었다. 서로 감동을 나누고, 삶의 의지를 키우며,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곳. 문화광장은 바로 그런 곳이다. 서울아산병원 신관 입구로 들어와서 오른편의 아산기념전시실과 소아청소년병원을 지나 앞으로 나아가면 금붕어가 노니는 물정원이 나온다. 이곳이 2008년 5월, 신관을 개원하면서 오픈한 문화광장이다.

문화광장의 공연은 건국대 공대 학생의 피아노 연주로 첫 걸음을 뗀 이래로 매주 한두 번씩 점심시간을 이용해 쉬지 않고 열리고 있다. 레퍼토리는 연주에 그치지 않고 태권무와 패션쇼, 마술쇼 등 다양하다.

공연을 기획하고 있는 사회복지팀의 박명근 전임은 “수고비 한 푼 못 드리는데 봉사해주는 공연팀들이 너무 고맙다. 공연마다 뜨겁게 호응해주는 환자와 보호자들에게도 감사드린다. 내년에는 음향장비와 무대설비를 개선할 예정이므로 더 많은 분들이 공연을 통해 삶의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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