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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의 글 인간답게 사는 사회를 꿈꾼 이상주의자 이홍구

앞으로 1주일 뒤인 3월 21일은 아산(峨山) 정주영 회장님의 10주기입니다. 서거 10주기에 즈음해 열리는 오늘의 음악회는 아산의 고귀한 삶을 추념(追念)하는 뜻 깊은 자리입니다.

‘높은 산’을 의미하는 그분의 아호(雅號)처럼 아산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뚜렷이 기억되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산이 남긴 업적과 교훈은  그 가치가 더욱 커지는 것을 느낍니다.

많은 국민들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어간 거목의 한분으로 서슴없이 아산을 꼽습니다. 아산은 진취적인 사고와 개척자 정신으로 이 나라의 산업화를 선도한 한국경제의 선구자였습니다. 또한 아산은 단순한 기업인을 넘어, 기업도 국가의 발전을 위해서 그리고 함께 잘사는 사회공동체를 위해서 응분의 책임을 다해야 된다는 신념과 긍지가 드높았던 애국자였습니다.

강원도 가난한 농촌에서 태어난 아산은 소학교밖에 다니지 못했지만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우뚝 설 수 있었습니다. 학교 교육의 중요성을 절감한 아산은 “사회가 발전하는 데 가장 귀한 것은 사람이고, 자본이나 기술은 그 다음” 이라는 확신 아래 인재 육성을 위한 지역사회학교운동을 30여 년간 펼친 인본주의자이자 교육자였습니다.

아산의 도량은 산처럼 넓고 깊어서 그 주위에는 항상 많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학자와 변호사, 예술가, 체육인, 종교인 등 각계의 많은 분들과 참된 우정을 나눈 아산은 학문과 문화의 든든한 후원자이기도 하였습니다. 아산은 가장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도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과 눈높이를 맞추며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꿈꾼 이상주의자이기도 했습니다.

1977년 사재를 출연해 복지재단을 설립한 것은 “우리 사회의 가장 불우한 이웃을 돕겠다”는 아산의 평소 꿈과 “어려운 이들이 상대적 박탈감과 위화감을 갖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그들에 대한 인간의 예의”라는 이상의 실천이었습니다.

이처럼 아산 정주영 회장은 한국 현대사에 크나큰 자취를 남겼습니다. 그러나 정작 당신께서는 “나는 부유한 노동자일 뿐”이라며 스스로를 낮췄습니다.

오늘의 음악회는 이와 같은 아산의 높은 뜻과 정신을 경건한 마음으로 되새겨보는 뜻 깊은 자리가 되리라 믿습니다. 음악회를 준비해주신 여러분들, 정명훈 예술 감독과  서울시향단원들, 그리고 박희태 국회의장님과 김황식 국무총리님을 비롯하여  자리를 함께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이글은 3월 1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아산 10주기 추모음악회’에서 이홍구 추모위원장이 한 추모사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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