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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실천하는 일 식물 기르면 스트레스 사라진다 유인종

회사원 최승대(47ㆍ경기도 고양시) 씨는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는 주말농장을 찾는다. 2평 정도의 주말농장 텃밭에서는 배추와 무, 상추를 기른다. 햇볕을 쬐고 흙을 밟으며 채소를 보살피다 보면 온갖 근심걱정이 사라진다. 흙냄새와 바람 냄새가 너무 좋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주말이면 꼭 주말농장에 가게 된다.

주부 이인실(38ㆍ경기도 성남시) 씨는 최근 아파트 베란다를 작은 정원으로 꾸몄다. 관음죽, 팔손이, 산호수, 로즈마리, 천리향, 바위취, 아이비 등 추위에 강한 식물화분을 마련해 자신만의 작은 정원을 만든 것이다. 식물을 가꾸다 보면 살림을 하면서 생긴 모든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것을 느낀다.

“원예치료는 보살핌이다”
위의 두 사례처럼 인간은 본래 자연활동을 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 그러나 현대 도시인은 흙 대신 아스팔트를 밟고 다니고, 숲 대신 콘크리트 빌딩에 둘러싸여 있다.

“현대인들의 심성이 삭막해지고, 폭력적이 된 것은 자연을 잃어버린 탓이 큽니다. 건조해진 도시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개선시키기 위해 식물과 정원을 이용하는 것이 바로 원예치료이고, 그 매개 역할을 해주는 사람이 원예치료사입니다.”

원예치료사 최영애(55) 씨는 “원예치료는 곧 양육이자 배려”라고 강조한다. 식물을 자기 몸처럼 보살피는 것이 원예치료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식물이 의사이다”라는 아마존 원주민의 말처럼 우리 안의 폭력성이 자연스레 해소되고, 온갖 마음의 병이 치유되며, 이웃과 소통하고 협력하게 된다고 한다.

“원예치료는 지적장애 아동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어요.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증후군인 아이에게 원예치료를 하면 집중력이 무척 높아집니다. 도시 노인들이 식물을 기르면 외로움을 달래면서 운동 효과도 얻을 수 있죠.”

그녀는 최근 법무부 평택 보호관찰소에서 원예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문제를 일으킨 남녀 청소년 10여 명이 대상이었다. 처음에는 잡담을 하면서 수업을 건성으로 듣던 아이들은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플라워 케이크’ 만들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프로그램을 마칠 때는 심리적으로 불안했던 아이들이 안정을 찾은 모습을 보여 주었다.

2005년에는 인천의 한 영구임대 아파트 주민들을 대상으로 ‘공동체 정원’ 교육을 했다. 아파트 텃밭에 여러 가지 채소를 심고 함께 가꾸면서 주민들은 서로를 배려하게 됐다고 한다.

선진국형 미래 유망직업
원예치료는 1987년 미국에 원예치료협회가 설립되면서 본격적인 연구와 활동이 시작됐다. 우리나라에 도입된 건 10년 뒤인 1997년 무렵이다.

현재 대학교 부설 평생교육원 등에서 원예치료사 양성과정을 교육하고 있고, 한국원예치료복지협회와 대한원예치료협회 같은 곳에서 민간 자격증을 발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자격증 소지자는 2천여 명으로 추산된다. 원예치료사에게는 식물에 관한 지식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더욱 중요하다고 한다.

미국의 세계미래학회는 2005년, ‘10년 뒤 유망직업’ 중 하나로 원예치료사를 선정한 적이 있다. 선진국형 직업인 원예치료사는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병원과 노인요양원 등에서 수요가 늘고 있다. 특수학교에서도 원예치료사를 채용하고 있는데, 원예치료사의 활동이 몸과 마음의 재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복지 부문에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난 최영애 씨는 원래 유치원을 설립해 운영한 유아교육 전문가이다. 숙명여대 가정대학과 같은 대학 교육대학원을 졸업한 그녀는 아이들의 오감을 자극하기 위해 허브를 공부하다가 식물의 세계에 빠져들었고, 1997년 건국대 농축대학원에 입학하면서 원예치료를 전공으로 삼았다.

2009년 단국대에서 원예치료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요즘은 단국대와 서울교대 등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로 내건 최영애원예치료연구소를 운영 중이며, 대한원예치료협회를 설립해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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