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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수 판화 웃어 와서 이철수

다툼이 많은 시대입니다. 다툼의 결과는 흔히 파탄입니다. 가정이 절단나고 약속이 깨지고 인간관계가 망가져 버리는 것이지요. 사실, 사람 사는 일이 만나고 헤어지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만나서 잘 살다가 곱게 헤어질 수 있어야 합니다. 부부간이라면, 다정하게 살다가 나이 들어 회한없이 생을 마감하는 일이 되겠지요.

날이 갈수록 이혼하는 사람이 많아진다고 들었습니다. 예전 같지 않은 주변 환경도 문제지만 인생을 이해하는 태도가 달라진 탓이 큽니다. 살다 보면 내가 나누어 줄 것보다 남에게서 받을 것을 먼저 생각하기 쉽습니다. 삶의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기쁨과 보람을 찾기보다 주어지는 물질적 안락과 쾌락의 양에 연연하게 되는 것도 누구에게나 있는 일입니다. 물질을 통해서 삶의 의미를 다 확인할 수 없는 줄 알면서도 우리는 곧잘 그런 유혹에 빠져 듭니다. 인간관계가 주고 받고 하는 것인 줄 알면서도 자기중심적인 태도를 벗기 쉽지 않습니다. 어리석은 것이지요. 누구라도 그 어리석음을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다만 애쓸 수 있겠지요.

부부간에 온전한 제자리를 찾아가는 비결과 지혜를 가르치는 말씀은 많습니다. 그 많은 지혜를 내 것으로 우리 것으로 살게 되기까지 거쳐야 할 과정이 만만치 않을 뿐입니다. 조심스럽게 고비고비를 넘어서 화해로운 데 이를 수 없으면 파경에 이르거나 불행한 관계를 감수해 갈 수밖에 없습니다. 부부라는 그 간단한 조합도 그리 쉽지는 않은 셈입니다. 때로 깊은 대화로 때로 말없는 이해와 신뢰로 주어진 인생을 함께 가꾸어 가야지요. 힘든 일입니다.

그 과정에서, 말없는 이심전심으로 서로를 느끼고 이해하고 확인할 수 있는 순간도 만날 수 있습니다. 고된 인내만 있는 과정은 아닌 것이지요. 그런 조용한 기쁨의 순간에 깨우치게 되는 것은 좋은 만남이 인생을 풍요롭고 성숙하게 한다는 사실입니다. 아름다운 관계라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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