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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의 아산병원들 의학 발전 선도하는 ‘환자 중심 병원’ .

의료사업은 정주영 초대 이사장이 재단 설립 발표 당시 밝혔듯이 아산재단의 핵심사업이다. 사회복지 지원사업, 장학사업, 학술연구 지원사업 등 재단의 다른 사업도 큰 발자취를 남기고 있으나 의료사업은 특히 재단의 예산 배분이나 사업성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아산재단은 서울아산병원과 강릉, 정읍, 보령, 홍천, 보성, 영덕의 아산병원, 그리고 서울  금강아산병원 등 8개의 병원을 가진 한국 최대의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재단 설립과 함께 전국의 의료취약 지역에 세워진 지방병원은 현대적 시설을 갖추고 지역 주민들을 치료해 왔다. 영세민과 독거노인 등 어렵고 힘든 사람들과 산간오지를 찾아가 무료진료도 해 왔다. 정주영 초대 이사장은 지방병원 건립 초기 “이왕 의료복지사업을 하는데 진료비까지 무료로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의료자문위원들은 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무료진료가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며 이를 만류했다.



그러나 초대 이사장의 뜻은 지금도 이어져 아산재단에서 의료사업은 단순히 수익개념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이상의 가치와 의미를 지닌다. 재단의 지방병원들은 영리를 주요 목적으로 하지 않은 탓에 대부분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돈이 없는 환자에 대해서도 진료를 거부하지 않는 ‘치병(治病) 제일주의 원칙’을 강조해 왔다.

1989년 개원한 서울아산병원은 재단 산하 병원의 모(母)병원으로 2,200여 병상과 중환자실 170병상을 갖춘 국내 최대 규모의 병원이다. 수많은 국내 최초, 세계 최초의 의학 신기술 등을 쏟아 내며 한국 의학발전을 선도하고 있다. 특히 장기이식분야에서 서울아산병원은 세계 최고의 성공률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장기이식 환자의 25%, 간·심장·신장·췌장 등 고난도 이식수술에서는 50% 이상이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있다. 또 10대 암 수술 중 9개 부문에서 수술실적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하버드 의대와 항구적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다른 종합전문요양기관(3차 병원)에서 다루기 어려운 환자들이 몰린다는 점에서 ‘4차 병원’ 또는 ‘초 전문병원’으로 불리기도 한다.

서울아산병원을 비롯한 재단 산하 8개 병원이 개원 이래 2006년 말 까지 진료한 환자는 연인원 5,560만 명에 이른다. 그리고 의료봉사단이 발족된 1995년부터 2006년 말까지 진료혜택을 받은 환자는 약 42만 명, 그들에게 지원한 비용은 약 311억 원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4월 ‘한국에서 가장 존경 받는 병원’으로 선정됐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이 기업 임원 등 전문가 그룹과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의료산업 분야에서 존경받는 병원 1위로 뽑힌 것이다. 지난해에는 ‘항생제 처방률이 가장 낮은 병원’ ‘혁신형 암 연구 중심병원’ ‘국가브랜드 경쟁지수 1위 병원’ 등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004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의료기관 평가에서도 서울아산병원을 비롯한 재단 산하 병원들 대부분이 최상위 병원 또는 우수(‘A’ 등급)병원으로 선정된 바 있다.
재단 의료사업이 거둔 이 같은 성과는 재단 설립 정신에 따른 아산병원의 독특한 문화, 그리고 그 문화를 사랑한 의사들의 땀과 열정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개원 당시 기존 대학병원에서는 전공의들이 주로 진료활동을 했지만 서울아산병원에서는 교수(스태프)들이 당직을 마다하지 않았고, 진료 활동의 많은 부분을 직접 맡았다. 외국에서 오래 살다 온 교수들조차 ‘진료의 궁극적 책임은 내가 진다’는 자세로 일요일까지 출근해 회진을 하고 입원 환자를 돌보았다.



박건춘 병원장의 회고다.
“응집력이 대단했습니다. 세계적인 일류병원을 만든다는 뚜렷한 목표를 정주영 이사장님과 이문호 초대 원장님이 내세웠고 그 깃발아래 모여든 사람들이 미친 듯이 뛰었습니다. 하나씩 다 어금니를 물고 온 사람들이었지요.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데도 새벽 5시30분, 6시에 출근해서 일을 시작하고 저녁 9시, 10시가 되도 퇴근하지 않고 소파에서 자며 일하는 의사들이 많았습니다. 서울아산병원이 각자의 마음속에서 해 보고 싶었던 것에 멍석을 깔아주지 않았나 싶어요. 환자들도 눈에 불을 켜고 치료하는 의사들을 그리워했었나 봅니다. 환자들이 물밀 듯이 몰려오더군요. 예상했던 것 보다 막 몰려오니 밤낮 가릴 틈이 없었습니다. 개원 1년 만에 새로운 병원(동관)을 또 지을 계획을 세워야 할 정도가 됐습니다.”

서울아산병원의 조직 문화의 근간은 자율성이다. 출퇴근 시간이 따로 없이 새벽 6시부터 수술을 하고 휴일에도 회진하던 개원 초기의 분위기가 지금도 남아 있다. “병원처럼 전문가들이 모인 조직은 일 할 수 있는 환경만 조성해 주면 스스로 알아서 일 한다”는 경영진의 철학과 직원들에 대한 신뢰가 그 밑바탕을 이루었다. 정주영 초대 이사장은 병원경영을 병원장에게 전적으로 맡겼고 병원장은 큰 틀에서 방향 설정만 하고 각 진료 과의 독립성,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했다.
여기에 최고의 병원을 만들겠다는 의료진들의 열정, 기존의 저명 대학병원에 ‘뒤질 수 없다’는 자존심도 서울아산병원의 진료수준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밤늦도록 환자를 진료하고 수술하고 연구하는 일은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다. 아산병원에는 ‘신들린 그룹’이 몇 있다. 의사들이 하고 싶어서 하게 만드는 것, 그게 아산병원의 힘이다. 그래서 서울아산병원은 이른바 ‘명의’로 불리는 교수들이 많기로 유명하다. 자율적인 분위기와 조직 문화는 서울아산병원을 오늘날 정상의 위치에 올려놓은 원동력이었다.

의사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다. 울산의대의 인턴 진료지침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실려 있다. “치료(cure)가 불가능할 때도 돌봄(care)은 가능하다. 명의는 치료뿐 아니라 돌봄을  잘 하는 사람이다. 돌봄을 잘하는 의사는 사람과 의업을 사랑하는 의사이다.”서울아산병원 원장과 울산의대 의무부총장을 역임한 홍창기 박사(내과)의 첫 시간 강의 내용이다. 환자를 위해 자신의 모든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붓고 정성을 다해 치료하며 연구하는 아산병원의 명의들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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