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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숲 이야기 별을 피워낸 꽃 편집부

별을 피워낸 꽃

서울아산병원 중앙공원. 할머니 한 분이 돌에 앉아 시름 깊은 담배를 물고 계십니다. 뒤를 한번만 돌아보면 주차장 벽을 따라 진노란 꽃이 별 하나씩 달고 핀 게 보입니다. 바람을 타고 도는 바람개비같이 생긴 물레나무입니다. 양지바른 촉촉한 땅을 좋아하면서도 하필이면 이곳에서 수선화처럼 맑은 꽃을 피웠습니다. 벽에 가려졌어도 자태 고운 물레꽃은 귀가하는 차를 향해 인사를 합니다. 각색의 사연을 안고 가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소망을 빌어주나 봅니다. 뒤도 안 보고 총총히 가시는 할머니에게도 잊지 않고 인사를 하네요.

물레나무는 여러해살이풀로 키는 1m까지 자라며, 5장의 꽃잎은 한지를 손으로 오린 듯 자연스런 테두리가 예쁩니다. 길쭉한 꽃잎은 바람을 타고 도는 듯 한쪽 방향을 향하고, 유난히 길고도 풍성한 주황색 수술은 윤이 납니다. 꽃잎 가운데 강한 암술대는 중앙까지 5개로 갈라져 급기야 섬세한 별 하나를 달아놓습니다. 여름에는 꽃을 보지만 9월에는 열매가 계란 모양으로 달립니다. 전국의 숲, 논, 밭둑에 흔히 보이는 물레나무는 강건한 식물입니다. 봄과 초여름엔 연한 잎과 줄기를 데쳐 나물로도 먹습니다. 홍한련(紅旱蓮)이라 부르며 간에 좋고 지혈·패독·소종의 효능이 있습니다. 히페리진 성분이 있어 천연항생제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계수나무 밑에 핀 물레나무. 잎 아래 숨은 양지꽃 빨간 열매와 은밀하게 쳐있는 거미줄과 손잡고, 밤마다 별 하나 소망 하나, 별 둘 소망 둘 … 올려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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