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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수목이야기 고개 숙인 작은 종 편집부

고개 숙인 작은 종

서울아산병원 신관 소아재활치료실. 여자 아이가 치료를 받으며 창밖을 봅니다. 창밖 화단에는 아이의 사정을 아는 듯 모르는 듯, 귀여운 둥굴레 꽃이 숨어 피었습니다. ‘하나 둘, 둘 둘, 하나하나 둘’ 리듬을 타듯 매달린 둥굴레 꽃. 가만히 귀 기울이면 나지막한 합창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앙증맞고도 고상한, 흰 꽃송이들이 힘내라고 작은 종을 울립니다. 잎과 줄기 사이에서 꽃자리가 나와 꽃이 1~3 송이씩 매달려 있습니다. 잎사귀 밑에 숨어 재잘대다가 말을 아이에게 걸 것만 같습니다. “얘~! 우리가 보이니? ”

숲 속 작은 길가에 많이 보이는 둥굴레는 황백색의 뿌리줄기가 구불구불 옆으로 기며, 줄기 주변에 수염뿌리가 납니다. 줄기는 가늘게 비스듬히 올라가는데 높이가 30~60cm 정도 되고, 잎은 어긋나게 달립니다. 6~7월에 땅을 향해 하얀 꽃을 피워내는 둥굴레. 꽃잎은 약 2cm이며 끝이 6갈래로 갈라져 녹색을 띱니다.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전 지역에서 자랍니다. 열매는 장과(漿果)로 둥글고 검으며 9~10월이면 익습니다. 하나도 버릴 게 없어 어린잎은 나물, 샐러드 등으로 식용하며, 뿌리는 밥에 찌거나 구워 먹기도 하고, 열매는 신진대사 및 혈액 순환 촉진ㆍ자양강장ㆍ당뇨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요즘은 차로도 많이 마시고 일부 문헌에는 항암작용도 있다고 합니다. 발걸음이 적은 신관 화단에서 ‘장수, 봉사’의 꽃말을 가진 둥굴레는 희망의 열매를 달고 오늘도 남모르게 익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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