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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편지 말라리아와 자전거 신호성

자연의 새봄이 맑은 얼굴로 우리에게 안부를 전하지만, 인간세상은 우리가 자초한 경제위기와 기후변화 등으로 아직 봄을 맞지 못한 듯합니다. 얼마 전  반기문 UN사무총장은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기고한 글에서 ‘2010년까지 세계적인 기후재앙 여파로 이재민이 5천만 명에 달할 것’이라며 경각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한 적이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가 어려움을 겪었지만, 2009년엔 경제문제보다 훨씬 심각한 기후변화의 재앙이 다가오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NBC방송국의 아침 프로그램인 <Today> 는 ‘지구의 종말(Ends of the Earth)’ 시리즈를 통해 기후변화로 태평양의 아름다운 섬이 사라지고, 킬리만자로의 눈이 녹아 주민들이 식수난을 겪는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지금처럼 온실가스가 계속 배출될 경우 2100년까지 지구 표면온도는 1980~1999년에 비해 1.1~6.4℃ 상승할 가능성이 있고, 표면온도가 1.5~2.5℃ 올라가면 전 세계 생물종의 20~30%가 멸종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한반도는 지구 평균을 상회하는 기후변화로 인해 1980년대 후반부터 태풍 등 기상이변의 빈도와 피해가 증가되어 왔습니다. 경제적 피해 규모가 1960년대 매년 평균 1천억원대에서 1990년대 6천억원, 2000년 이후에는 2조7천억 원대로 확대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금세기말(2081년~2090년)에는 전국 평균 벼 수확량이 14.9%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와 날로 증가하고 있는 기후의 변이성은 특히 매개체에 의한 전염성 질환에 영향을 미칩니다. 동시에 해외유입 전염병이 최근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말라리아 환자의 경우 1990년만 해도 6명에 불과했으나 2005년 1,369명, 2006년 2,051명으로 급증했고, 동남아지역에서만 발병하던 뎅기열 환자도 2001년 6명에서 2004년 16명, 2006년 35명으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모기를 매개로 하는 질병(Mosquito-borne disease)과 설치류를 매개로 하는 질병(Rodent-borne disease)은 기후의 영향을 크게 받아 기온·강수량·습도 등에 민감하고, 바람이나 일조량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생태학적 관점에서 보면 매개체를 통한 질병들은 생태계 내에서 숙주와 매개체, 병원체간의 상호작용에 의하여 발생합니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기후변화는 질병의 원인인 병원체와 매개체를 포함한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의 생존과 번식에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나라도 아열대성 전염병 질환자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온도가 ‘섭씨 1도’ 상승할 경우 5가지 전염병(쯔쯔가무시, 말라리아, 세균성 이질, 렙토스피라, 장염 비브리오)의 평균 발생률은 ‘4.27%’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성인 및 노인층의 전염병 질병 부담이 높아지나, 세월이 흐를수록 35~64세와 65세 이상 연령대에서의 질병 부담은 상대적으로 감소하고, ‘저연령층’의 질병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측되었습니다. 또한 연령대별 부담을 모두 합한 값으로 질병 부담을 측정했을 경우 쯔쯔가무시, 세균성 이질, 말라리아, 장염 비브리오, 렙토스피라 순으로 질병 부담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데이비드 드 로스차일드가 쓴 <뜨거운 지구에서 살아남는 유쾌한 생활습관 77(Global warming survival handbook)>은 ‘스웨터 입고, 온도 낮추고’, ‘토마토 텃밭을 만들어요’, ‘두 바퀴로 가는 초록세상, 자전거’ 등 우리가 당장이라도 실천할 수 있는 생활 속 환경 지침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린 클리닉(Green Clinic)’에 동의하는 호주의 의사들은 환자를 만나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설명하면서 ‘직장과 가정에서 CO2 줄이기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반기문 사무총장 또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당장 나서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도 일주일에 한번은 자전거를 타고, 일회용 컵과 비닐봉지 대신 내가 쓸 컵과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작은 생활 속 실천’을 실현하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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