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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를 찾아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심장전문의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승정 교수 이용권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어디일까? 일반인들에게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요구하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갖가지 다양한 의견이 나올 것이 분명하다. 전문가인 의사들에게도 이 답은 마찬가지로 예상된다. 신경외과나 두경부외과 등을 전공하는 의사들은 뇌를 꼽을 테고, 정형외과 의사들은 관절이나 팔다리를, 소화기내과 의사들은 위장이나 대장 등을, 치과의사들은 물론 구강을 선택할 것이다.

그러나 심장만큼 중요한 기관이 또 있을까? 인체기관을 자동차에 비유한다면, 하루 평균 10만 번 이상의 펌프질을 하며 온몸으로 혈액을 보내는 심장은 자동차를 움직이는 엔진과 같다. 인체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목숨을 잃는 기준이 바로 심장이 멎는 상태가 아닌가. 그런 심장을 돌보는 ‘최고 명의’는 누구일까?  그 이름에 박승정 서울아산병원 교수를 올리면, 누구도 부정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 의학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세계가 인정한 심장 분야 최고 전문가
심장중재시술이란, 동맥경화증으로 인해 심장혈관이 좁아지는 것을 뚫어주는 작업이다. 박승정 교수는 막힌 혈관에 스텐트라는 그물철망을 넣어 개통해준다.

“중재시술이라는 것이 생겨난 지는 30년 정도 밖에 안됐습니다. 예전에 심장혈관이 막히면 약물치료로 뚫어지길 기다리거나 혈관을 우회시켜 이어주는 것이 전부였죠. 그런데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혈관을 뚫어주는 시술이 가능하게 됐습니다.”

30여 년의 시간을 통과해 오는 동안 중재수술은 그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였다. 초기에는 풍선으로 혈관을 확장했지만 튼튼한 그물철망으로 발전했으며, 현재는 혈관이 막히는 것을 막아주는 약물이 그물철망에 추가되는 등 계속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발전과정에서도 박 교수를 제외할 수는 없다. 그는 심장 치료와 관련해서 ‘그물망 치료’ ‘판막 성형술’ 등 10여 건의 시술법을 국내 최초로 성공시켰다.

박 교수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몸을 절개하고 대수술을 해야 하는 협심증환자에게 간단히 그물철망을 이용해 뚫는 시술을 개발해 냈다. 그러나 개발 당시, 전 세계 의사들은 박 교수의 수술법을 비웃었다. 흉부외과의 영역인 수술을 내과의사가 시술로 고친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던 것이었다.

“당시 하버드 의대의 오스텔리 교수는 제 시술에 대해 ‘미쳤다’는 말을 했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시술의 성적이 확인되고 결과가 입증되면서 현재는 저를 초청해 시술에 대한 강연을 요청할 정도로 바뀌었습니다.”

박 교수는 그 뒤 이 시술법에 대한 논문을 전 세계 의료분야 최고의 학술지로 명성이 높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국내 최초로 올리기도 했다. 이후 박 교수는 각종 해외 학술대회에 단골 초청연자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이 연구를 통해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의사가 됐지만 박 교수에게는 아직도 목표가 남아있다.

“이번 연구를 통해 그물철망을 통한 간단한 시술이 가슴을 여는 큰 수술과 생존율이 차이가 없다는 내용을 입증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의학 교과서에는 해당 협심증은 수술이 표준치료라고 되어 있죠. 그러나 간단한 그물철망시술로도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 환자는 물론 의사들에게도 큰 도움이 됩니다. 이 시술법이 교과서에 게재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24시간 심장팀 운영하는 야전사령관
박 교수의 생활을 엿보면 그의 명성은 한순간에 이뤄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최고의 명성을 듣는 자리에 있음에도 그는 여유를 부리지 않고 항상 진료와 연구에 매진한다. 오전에는 심장중재시술을 진두지휘하며, 오후에는 환자들을 만나 진료하고 상담하는 일을 매일 같이 반복한다. 문제가 생기면 순식간에 사망할 수 있는 심장혈관의 특성으로 인해 항상 응급상황이 발생한다. 때문에 박 교수는 응급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24시간 상시 시술이 가능한 팀을 구성해 교대로 운영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박 교수 자신의 연구실도 서울아산병원 3층에 위치한 심혈관조영센터 안에 있다. 그는 연구실 안에 4개의 시술실 모습을 모두 확인할 수 있는 4개의 모니터를 설치해, 응급상황에 항시 대비하는 철저함을 보여주고 있다.

분초의 응급상황을 다루는 심장팀을 운영하다 보니 박 교수를 처음 만나면 파워가 넘치는 지휘관의 모습이 연상된다. 똑 부러지며 직선적인 말투와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영락없는 군대 최고지휘관이다. 실제 그는 의사, 간호사, 방사선사 등으로 구성된 심장팀을 강하게 조련한다. 응급상황에서는 사소한 실수라도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가 심장팀 소속원 모두에게 서울아산병원 인근으로 이사 오도록 지시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새벽이나 늦은 밤에라도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30분 이내에 시술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있어야 한다는 그의 신념 때문이다. 혹독하고 엄격한 조건의 심장팀이지만 그들 모두 묵묵히 박 교수를 따르고 존경한다. 그의 역량을 알고, 뜻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박 교수에게는 ‘왕박(王朴)’이라는 별명이 붙어있다.

서울아산병원의 홍보관계자는 그를 이렇게 표현한다.

“박 교수는 그의 밑에 있는 사람은 물론 다른 병원의 심장의학을 전공하는 의사들도 모두 존경하는 인물입니다. 스타의사가 많은 서울아산병원의 간판 중의 간판이죠.”
심장의학의 대가이다 보니 박 교수는 요즘 한국인의 심장질환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잊지 않았다.

“한국인들은 20년 전만해도 협심증이 10% 밖에 안 됐지만,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현재는 80∼90%에 이를 만큼 급증했습니다. 이것은 앞으로 큰 문제가 될 것이 자명하죠. 미국이 이 문제를 인식하고 심장질환의 증가를 잡아 내리는데 35년이나 걸렸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이 심각성에 대해 관심이 전무한 실정입니다. 정부에서 나서서 심장질환의 심각성에 대해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나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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