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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식물 자연을 살리는 고마운 꽃 이유미

연꽃이 귀한 이유 중의 하나가 더러운 환경에서 가장 순결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기 때문이라고들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제겐 고마리 꽃이 더 의미 있게 느껴집니다. 무성하게 잎을 키워 보기에 좋지 않은 환경들을 덮을뿐더러, 깨끗하게 만들어 주고 있으니 말입니다.

한 보고를 보니 오염된 축산폐수를 고마리가 살고 있는 수로를 거치도록 만들었더니 1급수가 되더라고 하더군요. 혹시 고마리가 고고하게 사는 곳을 가려 살지 않는다고 다소 경시하고 계셨다면 마음을 바꾸어주시길 바랍니다. 우리의 자연을 더럽히는 지구 생태계의 문제아는 우리들 인간이며, 고마리는 이를 조금이라도 깨끗하게 만들어주려고 노력하며 살아가는 착한 식물이니 말입니다.

혹시 고마리를 모르고 계셨다면 지금 당장 주변의 숲이 있는 곳으로 가보십시오. 숲에 다다르기도 전 논 가장자리나 그 입구에 물들이 흐르는 곳엔 어김없이 고마리가 살고 있습니다. 도시에서도 조금 한적한 공터가 야산으로 이어지는 초입 즈음에서 만날 수 있지요. 지난여름부터 쭉 지금까지 꽃이 피고 있답니다.  꽃잎 끝만 색이 있는 꽃이 많지만, 흰 꽃도 분홍 꽃도 모두 있구요, 이들이 함께 어우러지니 그 작은 꽃들은 분홍별이 반짝이듯 보인답니다. 이 풍경은 황금빛으로 변해가는 가을 들녘이 될 때까지도 보실 수 있답니다.

고마리는 마디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입니다. ‘고마니’라고도 하고, ‘고만’이라고도 하며, 생약명으로는 ‘조선극염료’라고도 부른다는데 왜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의견이 구구합니다. 무성하게 퍼져나가니 이제 그만 되었다고 ‘그만이풀’이라고 하던 것이 고마니를 거쳐 고마리로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제겐 재미있게 들렸어요. 예전에는 어린잎과 연한 줄기를 채취하여 나물과 국거리로 이용하고, 지혈, 요통, 시력회복, 소화불량 등에 약으로도 사용했답니다.

가을이 찾아오는 들녘에서 고마리를 만난다면 큰 소리로 한번 불러주세요. ‘고마운 고마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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