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표지의 식물 하늘을 보는 꽃 이유미

여름 숲에 생명의 에너지가 가득합니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녹음이 짙어집니다. 때론 그 진한 초록빛 기운 속에서 주먹만한 주홍빛 꽃송이가 툭툭 올라와 하늘을 향해 활짝 꽃을 벌립니다. 바로 하늘말나리입니다. 더운 여름, 그 꽃빛은 더위를 부채질 할 것 같지만 그 숲을 더욱 시원하고 아름답게 느끼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하늘말나리는 백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야생의 백합이 바로 나리꽃들이라고 할 수 있지요. 흰색 꽃이 피어 백합이라 생각하기도 하지만 백합은 땅속에 있는 흰빛의 비늘줄기(양파 같은) 백 개가 모여 있다하여 한자로 百合이라고 쓴답니다. 영어로는 릴리(Lily)하고 부르는 이 백합류의 우리 꽃말 이름, 나리. 하지만 식물도감에 나리는 나오지 않는답니다.

참나리, 솔나리, 털중나리, 말나리….  우리나라에는 참으로 다양한 야생백합 즉 나리꽃들이 자라고 있답니다. 물론 하늘말나리도 그중에 하나입니다. 많은 나리집안 식구들 중에서 하늘말나리를 알아보아야 하겠죠? 우선 꽃이 하늘을 보아야 합니다. 땅나리같은 경우는 땅, 즉 아래를 바라보고 꽃이 핀답니다. 그리고 줄기를 뺑 돌려서 열 개 남짓의 잎이 달리면 그 꽃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 하늘말나리입니다.  

딸아이가 읽고 있는 동화책을 보니 제목이 ‘너도 하늘말나리야’였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스스로를 사랑할줄 알며 살아가는 주인공, 힘들지만 어두운 땅을 보지 않고 희망을 향해 하늘을 바라보는 소년, 소녀들이 모두 하늘말나리인 것이지요. 숲에서 살고 있는 진짜 하늘말나리를 알고 있는 저는, 넓고 푸른 숲에서 무리지어 자라지 않고 한 포기 한 포기 올라와 그 각각이 아름다움으로 충분한 하늘말나리 모습이 주인공들을 닮았다고 생각했답니다.

잎이 우산처럼 달려 우산말나리, 잎이나 땅속줄기를 먹을 수 있는 산채(山菜), 참나리보다 수수하여 소근백합(小芹百合)이라고도 하는 하늘말나리. 활짝 벌어진 꽃잎에 아침 이슬이 달려 영롱한, 여름 숲에서 만나는 가장 반가운 가인의 하나입니다.

이미지 하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