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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꽃 동의나물 이유미

숲 속의 봄은 더디게 옵니다. 도시엔 온통 눈부신 백목련이 하늘을 가리고 개나리, 진달래가 흐드러져 사람들의 가슴에 봄기운이 넘쳐들 즈음에도 숲 속의 봄은 천천히 천천히 찾아 들지요. 혹 춘흥을 못 이겨 성급한 봄 산행을 떠나셨다면 마른 숲 속의 나뭇가지 사이에 보일 듯 보일 듯 퍼져나가는 생강나무의 연노란 꽃송이를 만나는 게 고작이기 쉽습니다.

그래도 혹 행운이 따른다면 마음을 움직일 봄꽃들이 있습니다. 몸과 마음을 한껏 낮추어 바라보면 얼레지, 복수초, 현호색, 노루귀…. 그 중에서도 물가에 피어나는 동의나물을 발견하면 정말 행복해집니다. 겨우내 얼었던 냇가에 다시금 물이 흐르고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에 더욱 봄을 느끼게 하는 바로 그곳에 동의나물은 작은 무리를 이루어 아름답게 피어 있기 때문이지요. 한 시인은 동의나물을 두고 방긋방긋 눈웃음을 지으며 가득한 햇살을 머금은 듯 행복한 표정을 하고서 우리 앞에 나타난다고 말합니다. 정말 동글동글 반질한 귀여운 잎새, 샛노랗고 오목하고 예쁜 꽃송이는 수줍은 산골소녀처럼 밝고 곱기만 합니다. 

동의나물은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우리나라 곳곳에 숲, 그중에서도 습지나 개울 옆에 자라지요. 땅속엔 흰색의 굵은 뿌리와 가는 뿌리가 잘 발달해 있고 속이 빈 줄기가 비스듬히 자라다 뿌리를 내리면 그곳에서 줄기가 나오곤 하지요. 때론 가지를 만들어 전체적으로 한아름 되는 포기를 만들기도 하지요.

왜 동의나물이 되었을까요? 지방에 따라서 이 식물을 두고 동이나물이라고도 하는데 언제나 맑은 냇가에 발을 담그고 자라고 있으며 둥글 잎새를 깔때기처럼 겹쳐 접으면 마른 입술을 축이는 물 한 모금 담을 수 있는 작은 동이가 될 듯싶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얼개지 또는 얼갱이라고 부르는 동네도 있답니다.

동의나물은 물가에 사는 특징이 있으니 내 옆에 작은 정원을 만들고 싶다면 연못 한켠에 혹은 돌 틈에 심으면 제격이지요. 그 환한 꽃이 지더라도 남아 있는 잎새의 모양도 예쁘니 더욱 좋지요.

돌이켜보니 내 곁에 나로 인해 행복한 사람이 많이 떠오르지 않네요. 봄 숲에서 만나는 동의나물이고 싶습니다. 더디게만 가는 듯한 내 삶의 숲에서 만나 금세 많은 이들의 마음을 환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사람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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