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향기를 찾아서 자전거 바퀴에 씨앗을 달고 유상준



제주의 봄은 유채꽃으로 시작된다. 그 샛노란 색 잔 꽃들이 덩이져 피워올리는 새콤하면서 맵싸한 향이 들판을 메우기 시작하면, 사람들의 폐부에도 봄 향기가 스민다. 마음이 설레고, 설렌 마음이 두 발을 움찔거리게 하는 그런 향기다. 떠나는 이유가 그뿐이어도 좋겠다.

제주를 떠나 올 때 섬에는 노란 유채꽃들이 흐드러지게 지천으로 피어 있었다. 제주 - 목포행 여객선 갑판에서 맞는 바람은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는 듯 순하다. 제주에 도착한 봄바람이 이 배에 무임승선해 북으로 올라가고 있는 모양이다. 바다 빛깔도 하늘빛으로 서서히 풀리고 있었다.

어느새 배가 목포항으로 들어서고 있다. 친구들과 나는 갑판에서 각자의 자전거를 꼼꼼히 살펴본다. 목포를 시작으로 서해안 일대를 거쳐 서울, 그리고 인천까지 우리들의 발이 되어줄 자전거. 군 입대를 앞두고 모두에게 기억이 남을만한 일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던 중에 문득 떠오른 것이 자전거 전국일주였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는 있지만 제주에서 나고 자란 우리들은 항상 우리 국토에 대해 목마르고 아쉬웠다. 모두 흔쾌히 동의를 하고 나선 길, 우리 길 앞에는 예상치 못한 어려운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장거리 자전거 여행은 모두가 처음이라 그런지 막상 목포항이 눈앞에 보이자 얼굴들이 조금씩 굳는 듯도 하다. 옆에서 내리는 사람들 틈에 서 있던 50대 아저씨가 우리들의 행색을 보더니 말을 붙인다. 찜질방에서 잠을 자면서 일주일 후에 인천항에 닿으려고 한다는 우리의 일정을 듣더니 아저씨가 하는 말. “허허, 좋을 때야. 이 친구들이 봄일세 그려.”

하긴 우리들이 페달을 밟아 북쪽을 향해 올라가는 속도가 봄의 북상 속도와 비슷할 거란 얘기를 우리끼리 하기도 했더랬다. 우리의 자전거 바퀴 어디쯤에 제주도의 봄 꽃씨들이 붙어있을 게다. 우리는 우리를 뒤에서 든든히 밀어주는 부드러운 봄바람을 타고 열심히 페달을 밟기만 하면 된다. 그리하면 봄이 우리가 내준 길을 따라 꽃들을 피우며 더디지도 빠르지도 않게 꼭 우리들의 자전거 속도만큼의 속도로 북으로 북으로 올라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