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향기를 찾아서 봄꽃보다 진한 향기 김기협



화려하기로는 봄에 피는 꽃들을 따를 것이 없지만 봄꽃의 향기가 가을이나 겨울 꽃보다 진하지 않다는 사실은 역설적이다. 개나리 진달래가 그렇고, 민들레가 그렇고, 목련과 벚꽃 또한 그렇다.

식물이 꽃을 피우는 것은 열매를 맺기 위해서다. 열매는 수정에 의해, 수정은 곤충의 도움을 받아야 한결 수월해진다. 그런데 봄에는 벌과 나비가 흔하므로, 봄에 피는 꽃들은 굳이 진한 향기를 풍기지 않고서도 벌 나비를 불러들이는 데 지장이 없다. 반면 가을 겨울에는 곤충들이 자취를 감추므로, 이들을 꾀려면 그 시기에 피는 꽃들은 한층 짙은 향기를 풍겨야만 하는 것이다.

40대를 넘기면서부터, 나는 지금 이 순간이 바로 내‘인생의 봄’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삶의 가치를 젊음이나 경제적 능력에만 둘 경우 나이를 먹는 것이 괴로운 일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신 나이 먹을수록 좋아지는 것들을 최대한 즐기고자 노력했다. 머리 굵어진 자식이 한 사람의 성인으로서 제 역할을 하는 것이나 나를 믿고 따르는 사회 후배들이 늘어나는 것, 미혹에 붙들리지 않고 어느 정도 마음의 평화를 찾게 된 것, 무엇보다 ‘아내’라는 이름의 가장 소중하고 든든한 친구를 발견하게 된 것 등등.

환갑을 맞은 올봄부터는 새 인생을 시작하고자 한다. 예전에는 인생 60부터라는 말이 사기 진작 차원에 가까웠지만, 평균 연령 100세를 눈앞에 둔 지금은 실제로 환갑이 인생의 2모작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2모작 시기에 맺는 열매들이 1모작 때의 그것들보다 알찰 것이라고 믿는다. 이미 한 번의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사한 봄꽃 앞에서도 기죽지 않을 자신이 있다. 비록 화려하진 않더라도, 가을이나 겨울꽃이 그렇듯 더 많은 노력을 통해서 더 진한 향기를 피워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