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드는 카페 우리딸들 고생깨나 하겠네 여고동창


- 고등학교 동기들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 풍경

카페 회원인 선생님의 글


작년부터 여고에서 남녀공학으로 바뀐 우리 학교. 공학으로 전환한 후 첫 체력장이 오늘 있었다. 오후에 오래달리기를 하는데, 여학생은 운동장 6바퀴, 남학생은 8바퀴에 해당되는 거리였거든.
여자 반이 먼저 했는데, 거의 대부분의 반이 반별로 줄을 서서 서로 속력과 호흡을 맞춰가며 어떤 반은 구호도 외치고 손뼉까지 쳐가며 화기애애하게 달려 모두가 만점을 받았지. (요즘은 가벼운 구보 정도의 속도로도 쉽게 만점을 받도록 되어 있단다.)
뒤이어 남자 반 차례. 난 남자 반이야말로 정말 군대식 일사분란함을 보여 줄 거라 예상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좀 빠른 것 아닌가 싶은 속도로 시작된 달리기…. 빠르다 보니 두 바퀴쯤부터 뒤쳐지는 아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선생님들이 좀 늦추라고 아무리 소리쳐도 선두의 아이들은 전혀 아랑곳않는 것이었어. 네 바퀴쯤부터는 아예 대열이 없어지고 100미터 달리기 하듯 죽어라고 앞만 보고 달리는 어지러운 모습….

이 장면을 보며 혀를 차며 한마디씩 하시는 선생님들.
"짜식들 목숨 걸 데는 안 걸고 엉뚱한 데다 건다니까…."
"여학생들 보는 앞이라 멋있어 보이려고 죽기살기로 뛰는 것 아냐?"
"남자들은 승부욕 빼면 시체라니까…."
"오죽하면 그러겠어? 어릴 때부터 남을 이기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승부의 분위기 속에서 자라 왔는데…."
"그러니까 여자 대통령이 나오기 전엔 희망이 없다니까…."
딸 가진 선생님 생각…. '우리 이쁜 딸들. 장차 저 놈들 데리고 살려면 고생깨나 하겠군!!!'

<체력장 덕에 모처럼 일찍 마친 날, 우리 여자들끼리의 알콩달콩 조화로운 교제에 자부심을 느끼며 몇 자 써 봤다. 그래도 여학생들 본다고 죽어라고 달리는 아이들 모습이 떠올라 귀엽고 순진한 녀석들이라고 한참 웃었다.>

위의 글을 읽고 '아들 가진 친구'가 올린 리플

흑흑… 바보 같은 넘들…. 지즈바들에게 잘 보일라고 앞뒤 안 보고 숨가쁘게 달리는 모양새가 안 봐도 본 것 같이 훠언하다. 하는 짓이 멍청해도 순진하고 귀엽잖여. 귀엽게 봐 주라. 남자들의 특성 중 하나가 허세와 뻥 아니냐. 잘 가르쳐 보낼 터이니 너희 이쁜 딸들에게도 허풍선이 남자들을 어떻게 사랑해줘야 하는지 오리엔테이션 좀 잘 해서 보내. 처음부터 치밀하게 계획하고 계획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한눈 안 팔고 달리는 넘들이 믿음직하기는 하겠지만, 뭐 귀여운 구석이 있냐. 남자 귀여운 것 보고 사느냐고 묻는다면 할 말 하나도 없지만시롱…ㅎㅎ. 바쁜 중에도 재미있는 글 써주어서 진짜루 고맙데이~!

위 글들에 '끼여든 친구'의 리플

'우리 이쁜 딸들, 장차 저놈들 데리고 살려면 고생깨나 하겠군….' 이 코멘트는 정말 압권이다. 거기에 멍청한 거 인정하고 나서, 그래도 사랑하며 잘 데리고 살게 오리엔테이션 해 주라는 말씀 또한 고개가 크게 끄덕여지는 말씀이시네. 그대들을 각각 딸과 아들의 현명한 어머니의 모범으로 임명하노라!

또 다른 '아들 가진 친구'의 리플

며칠 전 올림픽 공원에서 봤던 장면. 젊은 아빠, 유모차에 두세 살된 아기 태워서 끌고, 등에는 그 아이의 동생인 듯한 아기를 업고, 기저귀 가방인 듯한 큰 가방 달고, 휴~ 젊은 엄마는 맨손으로 그냥 걷기나 하지. 한쪽 팔이 비어 있는 남편 팔에 매달려서 가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래도 여학생들 본다고 죽어라고 달리는 아이들 모습이 떠올라 귀엽고 순진한 녀석들이라고 한참 웃었다.

위의 글은 여고 동창생들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 오른 글을 옮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