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따라 한라산의 구름떡쑥 현진오



꽃이름에 ‘구름’이란 글자가 붙은 것들은 모두 고산식물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고산식물인 구름송이풀, 구름범의귀, 구름국화, 구름꽃다지, 구름패랭이꽃 등이 백두산 해발 2,000미터 이상 고지대에서 자란다. 이곳은 하늘에 걸린 구름이 머무는 곳으로서 수목한계선 위쪽 지역이며, 키 작은 나무와 풀들만이 자랄 수 있는 고산 초원 지대가 펼쳐지는 곳이다.
남한에서 자라는 식물 가운데 ‘구름’ 자가 붙은 식물은 구름체꽃, 구름미나리아재비, 구름병아리난초, 구름떡쑥 등 네 가지쯤이다. 구름병아리난초는 지리산, 가야산 등 반도의 높은 산에서 드물게 자란다. 나머지 세 식물은 모두 남한 최고봉인 한라산 정상 부근에서만 발견된다.
한라산의 세 식물은 비슷한 곳에 살고 있지만, 고산식물의 증거가 되는 특징은 서로 다르다. 구름체꽃과 구름미나리아재비는 상대적으로 크고 화려한 꽃을 피워 고산식물임을 자랑한다. 눈에 띄게 예쁜 꽃으로 곤충을 유인해 꽃가루받이에 성공함으로써 자손을 퍼뜨리는 데 실패하지 않기 위한 전략이다. 이에 비해서 구름떡쑥은 화려한 꽃 대신 잎과 줄기에 하얀 솜털을 달아서 기온이 낮은 고산지대에 사는 식물임을 증명한다. 이 때문에 구름떡쑥은 잎과 줄기의 외모 자체가 고귀한 자태를 뽐내는 식물로 손꼽히며, 여름철에 피는 하얀 꽃이 여기에 점점이 보태지면 더욱 아름다운 모습이 된다.

구름떡쑥은 특별한 성질을 또 하나 가지고 있다. 암꽃만 피는 암포기와 수꽃만 피는 수포기가 따로 있다는 점인데, 자세히 보면 꽃이 달린 모습이 다르다. 여자와 남자, 수컷과 암컷으로 구분되어, 같은 종이면서도 성에 따라 모습이 다른 것은 동물 세계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특징이지만 식물 세계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다. 식물은 여성과 남성을 따로 두는 귀찮은 일을 없앤 대신에 생식기관인 꽃에 암술과 수술을 겸비함으로써 생식활동을 보다 효율적으로 하는 생물이다. 하지만 이런 식물의 세계에서도 굳이 남성과 여성으로 나뉘어서 불편함을 자초하는 것들이 있는데, 구름떡쑥도 이런 특이한 식물 가운데 하나인 셈이다.
구름떡쑥은 만년설로 덮인 알프스에서 ‘에델바이스’라고 부르는 고산식물과 유연관계가 가깝다. 우리나라 높은 산에 자라는 솜다리나 산솜다리가 에델바이스와 같은 집에 사는 형제뻘이라면, 구름떡숙은 이웃집에 사는 사촌쯤 되는 식물이다. 북한의 고산에는 살지 않지만 일본 큐슈의 높은 산에서는 발견되는 것도 흥미롭다.

글쓴이 현진오는 멸종 위기 식물에 관심 많은 식물분류학자이자 보전생물학자로 현재 동북아식물연구소 소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