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따라 광릉숲의 광릉요강꽃 현진오


영원히 다시 보지 못할 것인가 ? 광릉숲의 광릉요강꽃

우리나라 자연환경보전법은 풀과 나무 58종류를 멸종 위기 및 보호 야생 식물로 정해 보호하고 있다. 이 땅에 살고 있는 전체 식물의 10%에 해당하는 350여 종류가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인간 활동에 의해 생존을 위협받는 식물종이 그토록 많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삼천리 금수강산에 자라고 있는 식물 가운데 멸종 위험이 가장 큰 것은 무엇일까?
파초일엽, 나도풍란, 풍란, 한란, 매화마름, 돌매화나무, 섬시호 같은 것들이 우리 곁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가장 큰 멸종 위기 1순위로 꼽힐 만하다. 하지만 이들은 자생지가 천연기념물이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거나, 대량 증식이 가능하기 때문에 절멸에 관한 한 극한 상황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더욱이 섬시호를 제외하면 다른 나라에도 자라는 것들이므로 지구적인 관점에서는 그리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이들과 달리 참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식물이 광릉요강꽃이다. 씨앗에서 싹이 트지 않으며, 인공증식법도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개체수를 늘릴 뾰족한 수가 없지만, 예쁜 꽃이 피는 난초이기 때문에 불법 채취될 가능성은 크기만 하다.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되어 있지만 홍보와 단속이 미흡하다는 사정을 감안하면, 보호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현재까지 자생지에서 살아있는 것으로 확인된 숫자가 50여 포기뿐이고, 다른 곳에서 발견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말 그대로 멸종 위기에 직면해 있는 식물인 셈이다.

그런데 최근에 이 식물은 일본이나 중국에 자라는 것과는 다른, 우리나라 고유의 식물일 가능성이 조심스레 논의되고 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지구상에서 또 다른 식물 한 종이 멸종 위기로 치닫고 있는 셈이다. 또한 무한한 경제적 가치를 가진 자원 하나가 우리 땅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난초 무리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워 세계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시프리페디움 속(屬)에 속하는 한 종, 그것도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광릉요강꽃의 원예적 자원 가치는 셈할 수 없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광릉요강꽃은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경기도 광릉에서 1932년 처음 발견되었다. 하지만 현재 이곳에서는 멸종된 것으로 여겨지며, 다른 몇 곳에서 발견된 것 중 일부가 남아 있을 뿐이다. 5월에 커다란 꽃을 피우는 광릉요강꽃은 복주머니를 닮은 입술꽃잎의 자태가 참으로 빼어나다.
광릉요강꽃을 ‘지켜내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한국 사회의 자연 보전 의지를 가늠하는 잣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쓴이 현진오는 멸종위기식물에 관심 많은 식물분류학자이자 보전생물학자로, 현재 동북아식물연구소 소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