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읽기 앙상블 윤형재



바이올린과 멍석의 만남
서양화가 박철의 화력은 지칠 줄 모르는 예술가의 삶 속에서 그대로 드러나곤 한다. 1950년 경북 점촌 태생인 작가는 자연스럽게 우리의 전통적인 요소들을 경험하며 성장했으며, 그러한 요소들은 그의 작품 세계의 원형으로 자리잡았다. 한지를 재료로 사용하는 것이나, 식물들, 멍석 등 우리의 옛것, 옛 소품들을 화폭에 담는 것도 이런 경험들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특히 1983년 상파울로 비엔날레에 작품을 출품한 이후 우리의 것을 더욱 적극적으로 모색하게 된 듯하다.
작가는 과거와 현재의 만남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하여 서양적인 것과 한국적인 것, 서민적인 것과 귀족적인 것, 토속적인 것과 현대적인 것, 대비와 조화를 통해 새로운 감흥을 드러내려 노력하고 있다. 마치 아름다운 음악의 세계로 순수한 정신을 노래해 보이는 것 같다.
재료적인 표현은 깊이를 더해간다. 기존의 한지에 천연염료를 사용하여 자연에 좀더 가까이 다가가는 새로운 기법을 시도하였다. 바이올린과 멍석의 대비를 한지와 천연염료로써 표현한 작품은 화려하면서도 시골의 순수함을 잃지 않는 앙상블로 연출되었다.

국적 있는 그림
박철의 작품들은 서양적인 화려함과 한국적인 멋이 어우러지면서 현대 문명 속에서 잃어버리기 쉬운 향수나 추억들을 떠오르게 한다. 시간의 축을 따라 과거와 현재뿐만 아니라 서로 상이한 가치들간의 대비와 차이를 병합하고 융합하면서 새로움에 대한 탐구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평론가 서성록이 ‘그의 작업에 일관되게 흐르는 정신은 국적있는 그림이며, 이것은 그가 작업 과정에 있어 외래에서 흘러들어온 것에 편승하기보다는 독특한 성형 절차, 서양식 복제술에 의존하기보다는 전래되어온 탁본에 의존하고, 한지를 선택하며, 또 그것의 미묘한 색감을 살려 낸다’라고 기술한 것처럼, 작가는 한국적인 요소들을 새롭게 추구하려 지속적인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박철 선생의 작품 속에서 한국의 멋과 우리 가락이 늘 울려퍼지기를 기대한다.

글쓴이 윤형재는 서양화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