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읽기 화가 최영훈 윤형재


저 수많은 꽃들의 의미

꽃은 향기가 있어서 아름답다

작품을 감상한다는 것은 주관적인 개인의 즐거움이겠지만, 작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작가의 의식의 흐름을 추적하며 감상의 깊이를 더해가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작가 최영훈을 꽃을 즐겨 표현하는 색채 화가라고 단순히 정의를 내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들이 발견하지 못하는 점은 작가의 의식 속에 잠재된 어린 시절의 경험들이다.

최영훈은 1947년생으로 예향 광주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조선대학교 미술대학장 및 광주 시립미술관장 등을 지내기도 했으며, 색채학에 관한 저서들을 많이 남기고 있다. 어린 시절 청교도적이며 화목한 환경에서 성장한 탓인지 사물이나 현상을 아름답고 긍정적으로 이해하고 해석하려는 태도를 지녔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나 변화에도 매우 적극적이다. 때문에 세계 여행을 어느 누구보다도 많이 한 것으로 기억된다.

넓은 세상을 두루 다녔건만 고향 무등산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다. 그 화면 속에는 어김없이 십자가가 등장한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교훈이 의식 속에 내재되어 사투리 하듯 자연스럽게 십자가를 표현하는 것 같은데, 작가의 희생 봉사 정신과 종교적인 요소들을 느낄 수가 있다.

무등산과 함께 작가는 꽃을 즐겨 표현한다. 어쩌면 그 수많은 꽃들은 그가 좋아하고 만났던 친구들의 향기가 아닐까 생각된다. 작가 주변에는 언제나 많은 사람들이 함께한다. 이런 사람 좋아하는 모습만을 보는 동료들 중에는 최영훈을 작가라기보다는 행정가 또는 교육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드물지 않다. 그러나 이들이 보지 못하는 것은 작가의 작품 속에 있는 수많은 꽃들의 의미이다. 그 꽃들은 아름다운 색채의 꽃들이 아니라 사랑하는 친구들의 아름다운 마음들이기 때문이다.

최영훈의 작품에서는 꽃을 통해 우리에게 아름다움과 아름다운 사회의 의미있는 메시지를 보여주고자 하는 순수한 작가 정신을 찾을 수 있다. 작가는 작품에다 삶을 기록하고 표현하는 일을 일기처럼 매일 반복해 왔는데, 이러한 작업 태도는 진정한 작가의 단면이다. 작가는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는 법이 없다.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과 늘 함께 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꽃의 형태나 색채보다 향기를 사랑하듯이 말이다….

생명력 솟구치는 희망 담기

작가 최영훈은 경험적인 요소를 중요시한다. 예향의 도시의 순수함이 그의 경험인데, 그러한 감성에서 다양한 색채를 표현하는 것을 특징으로 볼 수 있다. 서양 회화에서 볼 수 있는 다채로운 색채라기보다는 예향의 화려한 색채라고 말해도 좋을 듯싶다.

그는 공간 설정에 있어서 화면 가득 메우고 있는 꽃 속에서 결정적인 선과 점으로 꼭 있어야 할 곳에 경험의 흔적들을 남긴다. 밀집해 보이는 듯해도 그의 작품에는 우주와 같이 시원스레 트인 공간이 함께 존재해 보이기도 한다. 그 공간 속에 놓인 단순화된 꽃들은 생명력이 솟구치는 희망을 담고 있는 듯하다.

미술의 본질에 눈뜨고 그것을 자기의 것으로 해서 작품을 창조해 나가는 작가의 모습에서 20대 젊은이의 순수함이 느껴진다는 것은 주변 친구들의 공통된 생각일 것이다. 최영훈은 황순원의 ‘소나기’에서나 볼 수 있는 순수 소년처럼 현대 미술의 거침없는 욕망 속에서 비교되는 서정적인 사실화 작가의 표본이라고 보여진다.

글쓴이 윤형재는 서양화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