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기울이면 왈츠로 시작하는 새해 - 빈 신년음악회 박종호


요즘은 몇 년 간 텔레비전에서 뜸해졌지만, 예전에는 신년 연휴면 텔레비전에서 '신년 음악회' 라는 프로그램을 위성 중계하곤 했다. 화려한 꽃으로 장식된 황금색 연주장에서 펼쳐지는 왈츠들의 향연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인 빈 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들려 주고, 화면에서는 빈 국립 가극장 발레단의 멋진 발레 모습이 펼쳐진다. 이것이 바로 매년 연초에 전세계 모든 음악계의 시작을 알리는 오프닝 콘서트로 자리잡은 ' 신년 음악회 '

세계 음악계의 오프닝 콘서트
‘빈 신년 음악회’는 매년 1월 1월 오전 10시 30분에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 있는 유서 깊은 음악회장인 무지크페라인 홀에서 열리는 음악회이다. 이것은 단일 음악회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을 자랑하는 최고(最古)의 콘서트이자,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정기 콘서트이다.
이 날은 항상 빈 필하모니가 연주를 하는데, 그 곡목들은 전통에 의하여 요한 슈트라우스 일가의 왈츠를 중심으로 엄선되어 짜여진다. 비록 프로그램들은 무척 단순하고 대중적인 레퍼터리이지만, 이 콘서트의 절대적인 비중은 조금도 손상된 적이 없었다.
빈 필하모니는 타 오케스트라와는 달리 상임지휘자가 없는 악단이다. 그런 만큼 이 신년 음악회도 세계적인 지휘자들이 번갈아가면서 지휘봉을 잡아 왔다. 곡목들은 주로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왈츠나 폴카가 주종을 이룬다. 특히 이 전통은 요즘은 많이 희석되었지만, 원래 시작은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왈츠 ‘빈 숲 속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프로그램의 마지막 곡이나 앵콜 곡으로는 가장 유명한 왈츠인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이 연주된다. 그리고 몇 곡의 앵콜곡이 더 연주된 후, 피날레는 아버지인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라데츠키 행진곡’으로 장식하는 것이 상례(常例)화되었다. 특히 이 ‘라데츠키 행진곡’에서는 지휘자의 지휘에 맞추어 모든 관객들이 함께 박수를 치면서 새해를 맞는 즐거움을 나누는 것으로 유명하다.

올해는 누가 지휘를 할까?
이 콘서트는 1848년의 음악회로 그 기원을 잡고 있다. 처음에는 12월 31일에 연주가 되었는데, 1939년부터 흔히 ‘황금홀’이라고들 부르는 지금의 ‘무지크페라인 홀’에서 거행되었다. 1942년부터 오스트리아가 낳은 세계적인 대지휘자 클레멘스 크라우스 공(公)이 콘서트를 발전시켰고, 1월 1일 오전으로 시간을 옮겼다. 크라우스가 연주 여행 도중 사망하자, 신년 음악회는 당시 빈 필하모니의 악장이었던 빌리 보스코프스키가 계승하게 되었다. 보스코프스키는 생전의 요한 슈트라우스를 연상케 하는, 직접 바이얼린을 들고 지휘하는 모습으로 인기를 누렸다. 음악회는 1959년부터 TV로 중계되기 시작했다.
1979년 보스코프스키가 은퇴하자 그 후로는 지금처럼 세계 최고의 지휘자들이 돌아가며 지휘를 맡게 되었는데, 매년 누가 지휘를 할 것인가 하는 것도 세계 음악계의 화제가 된다. 그동안 로린 마젤, 주빈 메타, 리카르도 무티, 클라우디오 아바도, 카를로스 클라이버, 니콜라스 아르농쿠르 등이 2회 이상 지휘봉을 잡았으며,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오자와 세이지가 한 번씩 지휘를 했다. 금년에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아르농쿠르가 맡았다. 레퍼터리는 요한 슈트라우스 일가의 작품들을 중심으로 최근에는 레하르, 니콜라이, 주페, 그리고 금년에는 브람스의 작품도 추가되기 시작했다.

2월에도 듣는 신년음악회
비록 간단한 왈츠 곡들이지만 세계 최고의 악단이 만들어 내는 연주는 참으로 정갈하고 아름답다. 이제 이 신년 음악회는 새해를 따뜻하게 바라보고 싶은 세계인들을 흐뭇하게 해 주는 세계의 축제가 되었으며, 각국에서 이것을 흉내낸 신년 음악회들이 성행하게 되었다. 비록 중계를 보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매년 실황 음반이 CD와 DVD로 발매되어 두고두고 즐거운 연주를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새해의 각오를 되새길 수도 있다.

글쓴이 박종호는 신경정신과 전문의이며, 현재 음악전문 칼럼니스트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