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이펙트 음악과 인간 조수철



건강한 삶과 음악
음악을 사랑하는 능력은 세상에 태어나기 이전부터 모든 인간의 내부에 프로그램이 되어 있는 능력이다. 인간이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능력은 그것이 학습된 행동이 아니라 세상에 태어났을 때에, 아니 그 이전 자궁 내에 있을 때 이미 존재해 왔기 때문이다. 임신 3~4개월이 경과하면 태아는 듣기 시작하여, 좋은 소리에 대하여 즐거워하고 나쁜 소리에 대하여 불쾌해 한다. 즉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능력은 인간의 기본적인 조건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건강한 삶’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 듯하다. ‘건강한 삶’이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측면이 모두 포함되지만, 어느 쪽이나 ‘조화와 균형’을 그 기본 조건으로 삼고 있다. 신체적인 건강이란 세포와 세포 간, 조직과 조직 간, 기관과 기관 간의 조화로움이 유지돼야 성취할 수 있다.
인간의 정신은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즉 생각(사고), 감정 그리고 행동이다. 따라서 정신적인 건강은 이 3자간의 조화와 균형에 의하여 성취된다. 사회적인 건강이란 사회를 구성하는 한 개인으로서 다른 사람들과 얼마나 조화롭고 균형이 잡힌 관계를 유지하느냐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건강한 삶’의 기본적인 요소는 ‘조화와 균형’이며, 음악의 가장 기본적인 특성이 바로 ‘조화와 균형’이기 때문에, 음악이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역할을 수행한다’고 할 수 있다.

고전의 가르침
인류의 역사는 바로 음악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고대 아프리카인, 북미와 남미의 인디안, 그리고 오세아니안 종족들과 같은 원시 집단에게도 음악이 있었고, 중국, 인도, 한국, 일본의 고대 사회에도 역시 음악이 있었다.
초기 고대에 음악을 다룬 저자들은 음악을 수학적, 이론적인 방식 또는 철학적, 윤리적 방식으로 다루었다. 예를 들면, 피타고라스는 철학자이며 수학자였는데, 동시에 유명한 음악가이기도 했다. 플라톤이나 그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음악의 윤리적 가치에 많은 관심을 두었다. 그들의 저서 ‘국가론’이나 ‘정치학’에는 음악에 대한 개념과 사회에 있어서 음악의 기능에 관한 언급이 있다. 이 이후,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고전주의, 낭만주의를 거쳐 20세기 현대 음악에 이르고 있다.
동양에 있어서도 역시 음악에 대한 기록은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고대 중국의 ‘예기’에 ‘음악의 도는 정치와 통한다’라는 기록이 나온다. 즉 고대 중국에서는 정치를 할 때의 원칙과 음악적인 원칙을 같은 것으로 보았다. 논어에도 음악에 대한 언급이 있다. ‘공자께서 어떤 사람과 함께 노래하시는데, 그 사람이 잘 부르면 반드시 다시 하게 하셨고, 그 후에 따라 하셨다’. 맹자의 가르침은 보다 더 구체적이다. 맹자는 음악은 그것이 속악이든 고전음악이든지 가릴 것이 없이 모두 인간의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하였다.

‘시경’의 시를 내용적으로 분류해 보면 ‘풍(風)’, ‘아(雅)’, ‘송(頌)’의 세 종류로 나눌 수가 있다. ‘風’은 각 지방의 민간 가요이며 ‘雅’는 조정에서 연주되던 음악이었으며, ‘頌’은 종묘에서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며 부르던 노래였다. 즉 ‘속악’이든 ‘궁정음악’이든 그것이 인간의 마음을 즐겁게 해 줄 수만 있다면 모두 중요하다는 의미가 된다.
왜 우리가 음악을 가깝게 하고 심성을 아름답게 키워나가야 하는가를 고전의 가르침을 통하여 너무나 명백하게 배울 수 있다.

글쓴이 조수철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