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이펙트 '베토벤 이펙트' 칼럼을 열면서 조수철



마음의 고향을 찾다
우연히 음악을 가깝게 한 것이 고등학교 2학년경이었으니 거의 3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고등학교 2학년 시절에 대학입학시험 준비를 하다가 집중이 잘 되지 않고 한 자리에 오래 앉아 있을 수가 없어서 우연히 라디오를 틀기 시작한 것이 음악을 듣기 시작한 계기였다.
처음에는 가요, 팝송 고전음악 등 모든 음악이 포함되었는데,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고전음악에만 집중하게 되었다. 1967년도에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많은 시간을 음악과 함께 지냈다. 1968년도에는 우연히 연극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아서 밀러’의 ‘세일즈 맨의 죽음’이라는 연극에서 나는 음악 효과를 담당하였는데, 참으로 아름답고도 소중한 추억이다.
진정 음악은 나의 삶에 있어서 너무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음악을 통하여 나 자신의 개인적인 삶뿐만 아니라 직업적인 삶도 풍부하게 누리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는다. 해외 학회에 참석할 때에도 그 지역의 음악가들의 발자취를 찾으려는 노력은 늘 하고 있다. 함부르크에서는 브라암스의 발자취를 찾았고, 프라하에서는 모차르트, 스메타나, 드볼작의 영혼과 해후할 기회를 가졌고, 비엔나에서는 베토벤, 슈베르트, 모차르트, 브라암스, 요한 스트라우스, 즈페의 영혼을 느낄 수 있었다. 또 잘츠브르크에서 모차르트의 생가를 방문하였을 때의 감동은 꿈에도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이다. 2003년도 가을에는 파리를 방문하여 베를리오즈, 프랑크, 비제, 쇼팽, 드뷔시, 롯시니, 벨리니, 쌩상스, 케루비니의 혼을 접할 기회를 가졌다.
이 모두 온 인류의 마음의 고향이 아니겠는가?

사람을 변화시키는 음악
지난 수년 동안 나는 나의 이러한 체험을 책으로도 일부 정리를 할 기회가 있었다. 1999년도에는 ‘모차르트 이펙트’라는 책을 번역하였고, 2002년도에는 ‘어린이를 위한 모차르트 이펙트’라는 책을 번역하여 출판하였다.
나의 삶에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영향을 미쳤던 베토벤의 삶과 음악을 정리하여 2002년도 12월에 단행본으로 출판한 것은 나의 삶에 있어서 하나의 큰 사건이었다. 더 큰 사건은 음악을 단지 듣고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어 베토벤의 책을 출판한 후, 2003년 2월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것이었다. 수동적인 자세, 간접적인 체험의 수준에서 능동적인 자세, 직접적인 체험의 자세로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이었다. 진정 음악에 좀더 깊이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찾게 된 것이었다.
‘늦었다고 느낄 때에 행동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는 자세로 열심히 노력하여 10년 후 내가 사랑하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중 일부를 연주할 능력을 갖추는 것이 나의 계획이며 꿈이다.

의미있는 만남을 기대하며
앞으로 이어지는 글에서는 나의 이러한 체험을 ‘베토벤 이펙트’라는 주제로 정리를 하고자 한다. 세 부분으로 나누어 정리하고자 하는데, 첫 부분에서는 ‘인간과 음악’, 두 번째 부분에서는 ‘베토벤의 삶과 음악 세계’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베토벤의 삶과 음악이 인간의 심성에 미치는 영향(베토벤 이펙트)’에 대하여 논하고자 한다.
독자 여러분과 의미 있는 만남이 되기를 기대한다.

글쓴이 조수철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