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따라 은하수 흐르는 여름밤 김지현



은빛으로 빛나는 강
달빛마저 숨어 버린 시골의 여름밤. 하늘을 가로지르는 은하수가 무척이나 아름답다. 언뜻 보아서는 희뿌연 구름 같지만 쌍안경이나 망원경으로 들여다보면 정말 많은 별이 보석처럼 뿌려져 있다.
동양에서는 이 별무리를 은빛으로 빛나는 강이란 뜻에서 은하수라 불렀고, 서양에서는 우유를 뿌려놓은 듯하다고 생각해 밀키 웨이(Milky Way)라고 한다. 은하수의 순 우리말 ‘미리내’는 용을 뜻하는 ‘미르’와 흐르는 물의 ‘내’가 합쳐진 것이다.
은하수는 2,000억 개가 넘는 별로 이루어진 우리 은하의 모습이다. 숲 안에서는 숲 전체를 볼 수 없고, 주변을 에워싸는 나무들만 보이는 것처럼….

별들의 숨바꼭질
전갈자리와 궁수자리 사이의 은하수는 더 밝고 두툼하다. 우리 은하의 중심이 그 방향이기 때문이다. 여름밤의 남쪽하늘을 휘어잡는 전갈자리는 이름과 꼭 어울리는 모습이다. 전갈의 무서운 독침을 떠올린다면 더위가 금세 달아날 것 같다.
신화에 따르면 사냥꾼인 오리온의 자만심은 하늘을 찌를 듯 높아 “이 세상에서 나보다 힘센 사람은 없다”라고 큰소리치며 다녔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여신 헤라는 크게 화가 나 오리온을 벌주려고 전갈을 보낸다.
독침을 휘두르며 오리온에게 다가간 신화 속의 전갈이 어떻게 되었든 간에 별자리로서의 전갈은 아직 맡은 일을 다 하지 못한 상태이다. 여전히 밤하늘에 전갈자리가 떠오를 때면 오리온자리가 서쪽하늘로 달아나 버리고, 전갈이 하늘을 가로질러 땅 아래로 쫓아 내려가면 오리온은 동쪽에서 올라오는 숨바꼭질을 계속하고 있다.

별의 숲을 산책한다
궁수자리는 허리 위가 사람이고 아래는 말인 켄타우로스가 활을 든 모습을 나타낸다. 이 별자리의 주인공은 케이론으로 켄타우로스 중에서 가장 지혜롭고 친절했다고 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많은 주인공의 스승이며 죽지 않는 몸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궁수자리에서 켄타우로스의 모습을 이끌어 내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주전자와 꼭 닮았다. 왼쪽에 사다리꼴의 네 별이 주전자의 손잡이고 위쪽의 세 별이 뚜껑, 오른쪽에 삼각형의 세 별이 주둥이다. 하늘을 가로지른 은하수는 궁수자리의 주전자 주둥이 모양의 별 바로 윗부분에서 가장 굵고 밝아진다. 그래서 마치 강물이 가장 많은 곳에 물을 퍼 담으려 갖다 댄 주전자처럼 보인다.
실제로 이 부분에 우리 은하의 중심이 있다. 여기에 작은 쌍안경만 들이대어도 우리 태양보다도 훨씬 크고 밝은 별이 숨쉴 수 없을 정도로 가득 들어 찬 것을 볼 수 있다. 이곳, 빛으로 가득한 별의 숲을 산책하는 것은 여름 밤하늘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다.

글쓴이 김지현은 밤하늘의 아름다움과 우주의 신비를 느끼려는 모든 이에게 열려 있는 현암 별학교(02-312-8120) 교장 선생님이다.(사진 제공 : 박승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