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따라 봄의 향기를 전하는 처녀 김지현



땅위로 봄 햇살이 내려앉는다. 겨우내 잠자던 생명이 하나 둘 고개를 내밀고 봄맞이 채비를 서두른다. 가벼운 옷차림으로도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 따뜻해진 밤 공기는 모처럼 밤하늘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베푼다.

딸을 만난 대지의 기쁨
처녀자리는 하얗게 빛나는 으뜸별 스피카를 앞세우며 봄하늘에 떠오른다. 스피카의 눈부시게 떨고 있는 빛을 보노라면, 처녀의 아름다움을 보여 주듯 맑은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처녀자리에는 토지와 관련된 여신 데메테르의 딸 페르세포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페르세포네를 우연히 본 지하세계의 왕 하데스는 아름다움에 반해 지하 왕국으로 납치하고 만다. 딸을 잃은 어머니는 슬픔에 잠기고 땅은 메말라 곡식도 자라지 않는다. 대지는 황폐해지고 사람과 동물이 살 수 없을 지경에 이르자 제우스는 형인 하데스를 설득한다. 제우스의 도움으로 페르세포네는 일년의 반은 지상으로 나와 어머니와 함께 지낼 수 있게 된다.
봄이 찾아오면 동쪽하늘로 떠오르는 처녀자리는 지하세계에서 올라오는 페르세포네의 모습이다. 딸을 다시 만난 어머니 데메테르는 매우 기뻐하여 땅도 다시 활기를 찾는다고 한다.

은하의 정원
이름에 걸맞지 않게 덩치가 큰 처녀자리는 온 하늘에서 바다뱀자리에 이어 두 번째로 넓다. 처녀자리 근처에는 수많은 은하가 모여 있어서 은하의 정원이라 한다. 이들은 모두 외부은하로 처녀자리 방향은 우리 은하 밖을 향해 열린 창문과 같다. 봄의 전령, 처녀자리의 스피카는 밤하늘에서 15번째로 밝은 별로 무려 220광년이나 멀리 떨어져 있다. 표면온도가 2만 도가 넘을 만큼 무척 뜨겁고, 태양보다 1500배나 밝아 먼 곳에서도 그토록 밝고 흰 빛줄기를 내비친다.

글쓴이 김지현은 밤하늘의 아름다움과 우주의 신비를 느끼려는 모든 이에게 열려 있는 현암 별학교(02-312-8120) 교장 선생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