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따라 겨울, 별밤 나들이 김지현



하늘이 풀어놓는 빛 이야기
붉게 달아오른 태양이 서쪽 지평선 너머를 지날 무렵, 하늘에 물드는 노을은 별밤의 시작을 알린다. 살며시 어둠이 내리면 밝은 별부터 하나, 둘 나타나고, 한 시간쯤 흐른 뒤 까만 하늘은 별빛으로 채워진다. 밤이 깊어 갈수록 하늘을 바라보는 눈동자에 더 맑은 별빛이 다가온다.
호기심 어린 마음으로 눈여겨보면 하늘은 매일 밤 새로운 빛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갓 태어난 아기별의 여린 빛을 찾아 낼 수 있고, 멋진 고리를 두른 토성, 예쁜 눈썹 모양의 초승달, 타오르듯 붉은 화성, 긴 꼬리를 거느린 혜성, 별똥별이 뿌리는 빛줄기, 수채화 같은 성운을 만날 수 있다. 이 모든 천체는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찾아낼 수 있는 우주의 보석이다. 알면 알수록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여섯 별의 다이아몬드
겨울은 일년중 별이 가장 잘 보이는 계절이다. 차가운 기운만큼 하늘은 맑고 투명해지고 밝은 일등성이 저녁 동남쪽 하늘에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일등성은 열 다섯 가량인데 겨울철 별자리에 일곱이나 모여 있다.
겨울을 대표하는 별자리는 오리온자리이다. 밝은 네 별이 방패연 모양의 사각형을 만들고 그 가운데 부근에 세 별이 나란히 있다. 어찌 보면 밤하늘에 걸린 커다란 창문 같기도 하다.
오리온을 길잡이 삼아 큰개, 작은개자리의 으뜸별과 더불어 겨울 대삼각형이 그려진다. 나머지 별자리의 일등성을 이어 여섯 별의 다이아몬드를 찾아내면 겨울밤은 훨씬 가까워질 것이다.

2월 밤하늘의 세 행성
별자리를 이루는 붙박이별들은 계절마다 달리 떠오르긴 해도 서로의 위치가 바뀌지는 않는다. 그 붙박이별 사이를 떠돌아다니는 별을 행성 또는 떠돌이별이라 부른다.
맨눈으로 볼 수 있는 행성에는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이 있는데 올 2월에는 운좋게도 세 행성을 초저녁 하늘에서 한꺼번에 볼 수 있다. 해가 진 다음 어두워지는 하늘 서쪽 지평선 위로 금성이 밝은 빛을 뽐낸다. 조금 시간이 흐른 후 남서쪽 하늘로 살짝 눈걸음을 옮기면 붉은 빛의 화성을 만난다. 저녁 8시 무렵 동쪽하늘로 힘차게 떠오르는 쌍둥이자리에는 토성이 빛나고 있다.
겨울 밤을 수놓은 별빛은 우주의 아름다움을 전한다. 하늘은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크고, 오래되고, 멋있는 미술관이 아닐까?

글쓴이 김지현은 밤하늘의 아름다움과 우주의 신비를 느끼려는 모든 이에게 열려 있는 현암 별학교(02-312-8120) 교장 선생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