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일지 뜨거운 가슴을 안고 정은주



‘따르릉~’
이른 아침부터 전화벨이 울린다. ‘혹시나 병원?’ 하고 받으니 역시나 병원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정은주 간호사? 어, 여기 동관 입군데….”
이런 날, 이렇게 쉬는 날 병원에서 오는 전화는 안 들어봐도 그 내용은 뻔하다.
“장기 이식이 있을 예정인데 자기가 on call이거든….”
휴, 모처럼 하루 쉬는 날 가족 나들이 한번 가려고 계획을 했더니만 내 이럴 줄 알았다.
“그러니깐, 정확한 시간은 정해지지 않았는데 곧 한다고 하니깐 집에서 연락 기다리고 있어. 알았지? 다시 연락할게.”
기왕 할 거면 빨리 시작해서 빨리 끝나면 좋으련만 집에서 대기하란다. 이번 주 내내 늦게까지 근무하느라 다리며 허리며 온몸이 안 아픈 데가 없는데 일요일까지 장기이식 당직이라니… 그것도 대기 상태라….

결국 오후도 한참이 지나서야 연락이 왔다.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식구들을 뒤로 하고 나는 집을 나섰다. 병원에 도착을 하니 식구들에게 둘러싸인 환자가 수술실 입구에 대기하고 있었다. 두려움과 슬픔을 감추려 애써 미소짓고 있는 환자와 그 가족들.
“안녕하세요?” 어울리지 않는 인사지만 왠지 그네들에게 한마디 건네고 싶었다. “저희 수술팀 모두 최선을 다할 겁니다. 힘내세요.” 좀 전까지 궁시렁거리며 병원을 들어섰던 나의 모습은 어느새 사라지고 수술이 무사히 잘 끝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서둘러 수술장으로 들어갔다.

아! 아니나다를까! 일요일이건만 우리 수술실은 역시 뜨거운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모니터 소리, 한쪽에선 마취하랴, 또 한쪽에선 마취를 깨우랴, 곧 시작할 수술 준비에 물품 챙기랴, 소독 돌리랴, 이리 저리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서 나 또한 새삼 뜨거워지고 있었다.
“10분 후면 수술실 입구에 도착합니다.” 이식할 심장이 얼마 후면 도착한다고 한다. 혹시라도 부족하거나 빠뜨린 것이 없는지 다시 한번 차근차근 주위를 둘러보았다. 행여나 내 작은 실수 때문에 수술에 차질이 생긴다면 큰일이다. 확인하고 또 확인하기를 몇 번이나 되풀이하고서야 이내 마음이 놓인다. 아니, 아직 마음을 놓기엔 이르다. 수술이 무사히 끝나기 전까진 여기 모인 사람들 모두 한 순간도 긴장을 놓지 않고 있어야 한다.
“도착했습니다.” 잠시도 지체할 수 없다. 예정된 시간 안에 무사히 이식을 끝내야 한다. 문득 수술장에 들어오기 전 그 가족들의 모습이 생각이 나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모두의 손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긴장의 시간이 지나 무사히 이식이 끝나자 새로운 심장은 힘차게 다시 뛰기 시작했다. 소중한 희생으로 새 생명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휴,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모든 사람들의 바람이 이루어진 이 시간, 시계는 벌써 한밤중을 가리키고 있었다. 비록 집에서 편히 쉬지는 못한 하루지만 다시 건강해진 가슴으로 사랑하는 가족들에게로 돌아갈 환자를 생각하니 몸과 마음이 한결 가뿐해진 느낌이다. 나도 이젠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야지.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소중한 가족들에게로. 다시 한번 크게 숨을 들이마신다. 오늘따라 새벽 공기가 유난히 더 상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