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교육 실수는 좋은 공부지요 유수정



A 시험, 그거 참 지옥일 수 있지요. 더구나 열심히 공부해서 잘 친 시험을 어이없게 망쳤다면 얼마나 낙담이 되었을까요. 엄마에게 좋은 결과를 보여드리고 싶었을 텐데. 어머니도 속상한 그 마음은 차마 내비칠 수도 없고, 뭐라 위로할 말을 찾기 어려웠겠습니다.

“괜찮아, 다음에 잘 보면 되지 뭐.”하고 끝내기는 뭔가 미진하지요.

시험이란 무엇일까요? 그 보다 먼저 공부란,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것이지 성적이 아닙니다. 또한 시험은 비교대상이 되고, 그래서 꼭 잘 봐야하는 것, 잘 봐서 남보다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수단만은 아닙니다. 사실 시험이란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 해 온 공부 중,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알고자 하는 것이 본래 그 목적이지요. 그 목적을 잊지 않기 바랍니다.

경민이가 시험을 치고 자신 있어 했다는 것은 모르는 것이 거의 없이 아는 것이 많았다는 이야기. 즉 공부가 잘 되었다는, 그만큼 실력이 있다는 이야기지요. 그리고 공부란 학과 공부만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맞게 되는 모든 경험이 다 공부 거리입니다. 이번에 답안지를 밀려 쓰게 된 것도 오히려 다시는 이런 실수를 안 하게 되는 좋은 공부일 수 있어요. 우선 경민이가 얼마나 기대를 하고 있었는지 알고 계시는 만큼, 얼마나 낙담을 하게 되었는지 어머니가 그 심정 헤아려 주시기를 바래요.

“저런, 정말 기가 막히겠네. 밀려 썼다니, 세상에! 우리 경민이 억울하겠다. 시험은 잘 보아 놓고!” 그리고 위로가 아니라 사실을, 생각을 이야기해주셔요.

“그런데 엄마는 답을 밀려 써서 성적은 나쁘게 나오겠지만, 답을 제대로 잘 썼다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 해. 그리고 이번 경험으로 경민이는 아마 다시는 이런 실수 안 하게 될 걸. 아, 실력만 실력이 아니구나, 좀 더 철저할 필요가 있구나 싶은 생각 들지 않았어? 그렇게 뭔가 새로 알게 됐다는 거, 그게 바로 공부거든. 경민이는 이번에 아주 좋은 공부를 하게 된 거지.”

아마 경민이는 진짜 중요한 시험에서는 결코 실수 안 할 것입니다. 그러니 속상한 일이라기보다 오히려 축하할 일이지요.

성장하는 과정에서의 실수는 필수입니다.

아이들은 실수할 권리가 있고, 우리는 그것을 받아줄 의무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