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교육 자애로움과 엄격함 유수정



A 우선 감사드립니다. 말 잘 듣고 착한 아이임에도 오히려 눌려있는 것이 아닐까 돌아보아 주심에 정말 자녀에 대한 관심이 바르게 느껴집니다. 부모님 말씀 잘 따르면서도 자기표현을 확실히 할 줄 안다면 걱정할 일이 아니지요. 그런데 불안한 마음이 있는 것은 아무래도 희섭이가 그렇게 뚜렷이 자기의 생각이나 느낌을 드러내지는 않나 봅니다.

축구 수업과 성당 시간이 겹칠 때, 엄마는 성당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셨지요. 희섭이도 그걸 알기에 날짜가 지나도록 기다릴 수 있었을 거예요. 또 엄마를 믿었고요. 결국 축구를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되었을 때, 굉장히 실망했을 거예요. 혹시 엄마가 “좀 생각해 보자” 하고 나서 어쩔 수 없이 포기한 것이 아니라, 희섭이가 ‘생각해 보고’스스로 포기한 거라면, 하고 싶은 걸 못하더라도 욕구불만이 되거나 엄마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예, 엄격함이란 권위적으로 내 뜻을 따르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뜻한 바를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애로움이란 자녀가 원하는 대로 허용해 주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서 희섭이의 욕구를 충분히 들어주고 나서 엄마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바를 성실히 말합니다. 그리고 결정은 그가 생각해 보고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지요.

“그래, 희섭이가 그 좋아하는 축구를 배울 기회가 생겼단 말이지. 정말 좋은 기회다. 놓치기 진짜 아깝다. 아, 근데, 희섭이가 이렇게 신나게 와서 얘기하는데…. 어떡하지? 성당 시간이랑 딱 겹치네. 엄마는 성당 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 시간만 겹치지 않으면 엄마도 희섭이 축구하는 거 신나는데…. 성당 시간을 우리가 바꿀 수도 없고. 그렇다고 둘 다 동시에 할 수도 없고. 어쩌나, 정말 고민이네.”

그리고 엄마가 좀 생각해 보는 것이 아니라 희섭이에게 생각할 시간을 줍니다. “희섭이가 잘 생각해 볼래? 둘 중에서 어느 것을 할 지?”희섭이가 축구를 선택할까 봐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믿으세요. 이 때가 정말 희섭이가 얼마나 생각이 깊은지, 얼마나 괜찮은 아이인지 엄마가 믿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줄 때입니다. 그래서 성당을 선택했다면, 충분히 인정해 줍니다. “엄마는 솔직히 축구를 선택할까 봐 조마조마한 마음도 있었어. 왜냐면 성당 가는 것을 엄마는 정말 놓치고 싶지 않았거든. 그런데 희섭이가 그렇게 마음을 정해주니까 너무나 뿌듯해. 자랑스럽고. 중요한 것을 하기 위해 좋아하는 것을 다음으로 미루는 것도 용기거든.”혹시 축구를 선택한다면, “축구가 그렇게 하고 싶구나. 엄마는 정말 성당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희섭이가 잘 생각해 보고 정한 것이니까… . 그래. 그럼 성당에 가서 이러저러 해서 나오지 못하겠다고 희섭이가 잘 말씀드려야겠다.”스스로 책임지도록 합니다. 무조건 내 뜻대로만 하고자 하면 희섭이는 정말 어머니가 걱정하는 아이로 클 것입니다.

부모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만이 성공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