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교육 의욕이 없어요 유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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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 불안하고 애가 타는 마음이 그대로 느껴지네요. 남에게 뒤지지 않고 경쟁력 있게 키워 주고 싶은데 따라와 주지는 않고, 어느만큼은 해 주어야 자신감도 생길텐데 도무지 아무것도 하려 들지를 않으니, 엄마로서 얼마나 조바심이 나겠습니까.

아마도 지수가 보는 엄마는 늘 걱정스런 표정일 듯합니다. ‘아이고, 지수야, 어떡하니…. 너 때문에 내가 한 걱정이다’라고. 지수는 언제나 엄마로부터 “너는 나를 걱정하게 만드는, 부족한, 좀 별로인 존재란다”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끊임없이 받고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지수는 정말 자신을 그런 사람으로 여길 수 있습니다. ‘난 그런 사람이야,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해보기도 전에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자신감은 꼭 눈에 보이는 무엇으로 남보다 잘해야 생기는 것이 아니랍니다. 자신감은 무조건적인 존재감이지요. 존재 자체로서 가치 있고 소중하고 아름다운…. ‘나는 참 괜찮은 사람이야, 난 사랑받고 있고, 이 세상은 믿을 만하고, 살아 볼 만하고.’ 자신을 믿고 세상을 믿을 때 당연히 의욕이 생기지요.

그러한 자신감은 누구보다도 무엇보다도 부모님이 심어 줍니다. 무언가 부모님의 기대치에 맞아야 가치 있는 것이 아니지요. 지수를 바라볼 때 그렇게, 존재 자체로 바라보아 주세요. ‘오체불만족’이란 책을 쓴 일본의 오토다케라는 청년은 팔 다리가 없는 채 태어났지만 그 누구보다도 자신 있게 세상을 살아가고 있지요. 그의 어머니는 태어난 아기를 처음 보면서 ‘이를 어떡하나!’가 아니라 ‘참 귀여운 아기네!’ 했다지요?
자신감과 성취 욕구를 키워줄 수 있는 한 방법은 지수가 “엄마, 나 했어요!”라는 말을 자주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입니다. 엄마의 기대수준이 아니라 지수의 실행수준에 맞추어 목표를 높지 않게 잡는 것입니다. 만약 학습지를 10장씩을 억지로 하고 있었다면, 지수가 별로 힘들이지 않고도 “엄마, 다 했어요” 할 수 있는 정도의 양부터 시작하는 것이지요.

뇌를 연구하는 어떤 교수님의 말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이들 공부하라고 할 때, “공부 10분만 하고 와라.” 하랍니다. 10분… 앉았다 일어나면 지나갈 10분… 부담 없이 늘 10분씩 앉다 보면 15분, 20분 점점 쉬워집니다.

쉽게 할 수 있는 수준에서 시작하여 조바심 내지 말고 천천히, 보슬비에 옷 젖듯이 늘려가면서 지수 스스로 ‘나도 잘 하네. 더 잘 할 수 있어. 더 잘하고 싶어.’ 할 수 있게 해 주세요.

스스로 자신을 키워나갈 수 있게 길을 터 주십시오.

글쓴이 유슈정은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 부모교육 강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