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교육 사달라고 졸라요 유수정



그렇네요. 사달라는 대로 다 사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모른 척 할 수도 없고, 늘 야단쳐서 그만두게 할 수도 없고, 그 옆집 엄마에게 왜 그러느냐고 따질 수도 없고, 또 그렇다고 이사를 가 버릴 수도 없고…. 조리 있게 설명해서 알아듣도록 해 주고 싶은데 결국 잔소리만 듣고 거부당하는 기분만 느끼게 할 수 있으니 정말 무슨 뚜렷한 좋은 수가 있으면 좋겠네요.

자,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사 주느냐 안 사 주느냐가 아니라, 사 주든 안 사 주든 따님이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느냐 아니냐입니다. 사 주는 것으로 사랑을 표현한다면 아이들은 더욱 물질에 집착하게 되거나 그것으로 사랑을 확인하려 들 것입니다. 내키지 않으면서 억지로 사 준다면 사 주고도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게 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냥 안 된다 하면 내쳐진 느낌으로 상처받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우선 잘 들어 주는 것입니다. 그 마음을, 그 욕구를…. 들어주기 위해 듣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 아이의 마음과 하나가 되어 들어 주는 것이지요. 한 번, 옛날 나 어렸을 적으로 돌아가 보세요. 얼마나 갖고 싶은 게 많았는지, 얼마나 예쁘고 신기하고 놀라운 것이 많았는지, 얼마나 부러운 게 많았는지. 함께 그 마음이 되어 주세요.
그 욕구는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그 마음은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그 마음을 절제하며 다스릴 수 있도록 힘을 키워주는 것은 먼저 인정해 주고 이해해 주고 받아주는 것. 사 줄 만한 거라면 기꺼이 사 주시고, 혹시 정말 아니라면 충분히 들어주고 나서 그 다음에 엄마 마음이나 생각을 분명히 이야기해 줍니다.
“아, 그래, 이번엔 그 친구가 그걸 샀단 말이지. 그럼 정말 우리 딸도 그거 갖고 싶겠다. 당연하지. 그리고 그거 샀다고 자랑이라도 하면 무지 속상해, 그지? 맞아…. 그런데, 엄마는 그래도…. 남이 가졌다고 해서, 그래서 갖고 싶다고 해서 뭐든지 가져야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엄마도 그게 정말 우리 딸에게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거라면, 그게 아무리 비싼 거라도 아마 집을 팔아서라도 사 주려 애쓸 거야. 그런데 그런 거 아니라면, 다른 친구들이 다 갖고 있다고 해도, 10원밖에 안 한다 해도, 엄마는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
진정 사랑받는 아이는 갖지 않아도 자신감을 잃지 않습니다.

이해하고 받아주고 기다려 주되, 결코 포기하거나 굴복하지 마십시오.

답을 준 유수정은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 부모교육 강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