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란 행복은 선물 김원



목표?!
행복은 마약이다. 한번이라도 행복의 맛을 본 사람은 그 맛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가 없다. 일단 한번 행복의 맛을 알아 버린 사람은 간절한 눈빛으로 행복을 찾아 헤매게 되는 것이다.
아니다. 이미 행복을 맛본 사람들만이 행복을 찾아 나서는 것은 아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행복을 손에 넣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다. ‘행복’이 지닌 가장 큰 문제점은, ‘한번도 행복함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들’조차 덩달아 행복을 찾아 나선다는 데에 그 심각성이 있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이미 ‘행복’ 자체가 인생의 목표가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찾아가는 것, 찾아오는 것
인류의 대부분이 간절하게 원하는, 행복…. 도대체 ‘행복’이란 게 뭘까? 행복의 정체는 무엇이며, 행복은 어디에서부터, 어떤 경로를 통해 우리들에게 전해지는 것일까? 그것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행복은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오는 것인가? 내부로부터 샘솟는 것인가? 시각을 통해서 오는가? 아니면, 촉각을 통해서 오는가? 물질을 통해서 얻게 되는 것인가? 영감과 직관을 통해서 얻게 되는 것인가? 이 질문들에 대해서 속시원히 대답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설사 그 답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 할지라도, 그 사람은 이미 행복한 사람이 아닐 확률이 크다. 왜냐 하면,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는 세상살이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절대로 행복해질 수 없다.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은 그의 머릿속이 순수하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순수하지 않고서는 행복해지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행복이란, 따지고 분석해서 얻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행복이란 본래가 부지불식간에, 전혀 기대하지도 못했던 곳에서, 전혀 알려져 있지 않은 방식으로 우리들에게 찾아온다. 그것도 우리가 원하던 시간이 아닌, 행복 스스로가 선택한 시간에 제멋대로 찾아온다. 그러니, 우리가 무턱대고 행복을 기다리는 건 무모한 짓이다.
행복이 원해서, 행복이 스스로 우리를 찾아오지 않는 한, 우리들은 행복해질 수 없다. 즉, 행복을 쫓아다녀서는 행복해질 수 없다는 말이다.

행복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궤변을 늘어놓고 있는 나는 행복한가? 물론 나도 그다지 뻐근하게 행복하지는 않다.
나에게 있어서의 행복이란 이런 것들이다.
어젯밤 잔뜩 술에 취해 잠들었으면서도 오늘 아침 무사히 눈을 뜨고 잠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것. 행복이다. 잠들어 있는 아내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고마운 마음을 갖는 것. 행복이다. 토스터에 식빵을 넣고 바삭하게 구워 우유 한 잔을 마시는 것. 행복이다. 자전거를 타고 강변을 따라 출근하는 일. 행복이다. 내가 아직은 쓸모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 행복이다. 어깨동무를 하고 함께 걸어가는 나의 동료들이 있다는 것. 행복이다. 퇴근하면, 노천호프집에서 맥주 한 잔을 마실 수 있다는 것. 행복이다. 내 아이가 무럭무럭 잘 자라나고 있다는 것. 행복이다. 편안한 잠자리에 누워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잠들 수 있다는 것. 행복이다. 그러니, 하루하루 내가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다.
이리저리 따지고 보면, 나도 참 만만치 않게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선물이다
내가 알기론, 행복이란 ‘행복해지고 싶다’는 욕심을 버릴 때 비로소 우리들 곁으로 살금살금 다가오는 것 같다. 우리들이 쫓아가면 행복은 저 멀리 달아난다. 그런데 우리들이 쫓아가기를 포기하고 그냥 조용히 살아가다 보면, 그때서야 행복은 기웃거리며 우리들 곁으로 슬며시 다가오는 것이다.
하루하루 자기에게 주어진 날들에 최선을 다하며 사는 사람들이, 악을 쓰며 ‘행복’을 쫓아다니는 사람들에 비해 더 자주 행복을 끌어안게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행복이란 결코 쟁취하는 것이 아니다. 행복은, 아주 작은 것들에 대해 감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선물처럼 주어지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니까, 결국 인간은 ‘행복해지려고 하는 욕망에서 더 많이 벗어날수록’ 행복에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이제껏 내가 살아오면서 얻은 ‘행복의 정체’에 관한 모든 것이다.

글쓴이 김원은 월간 PAPER 발행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