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란 행복을 키우는 법 윤경은


새해 인사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복 많이 받으세요.”, “행복하세요”라는 말을 주고받으면서 자신도 더 행복한 새해를 맞기를 염원한다.
행복이란 인간이 존재한 이래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 헤맨 그 무엇인가로 알고 있다. 근간에는 국가 단위에서도 국민의 행복의 정도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삶의 질’이라는 것을 논하고 있다.
무엇이 참 행복일까? 행복을 찾아 나서면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행복한 사람의 속옷
옛날에 행복을 원하던 어느 임금님이 신하에게 행복한 사람을 찾으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그리고 명하기를 “만약 네가 행복한 사람을 찾으면 그의 속옷을 가져오라. 내가 그것을 입으면 행복해질 것 같다”고 하였다고 한다.
신하는 전국 각지를 다니며 행복한 사람을 찾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 권력이 있는 사람, 돈이 많은 사람, 지식이 많은 사람 등 여러 사람을 만나 보았지만 그들은 모두 행복한 사람이 아니었다.
어느 날 휘파람을 불며 행복하게 걸어가는 젊은 농부를 발견하였다. 신하는 그에게 달려가 물었다. “여보게, 자네는 무엇이 그리 즐거운가? 정말 행복한가?” 그 질문을 들은 젊은이는 주저하지 않고 “네, 행복합니다. 단 하루도 행복하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그 답을 들은 임금님의 신하는 자기가 그를 찾게 된 사연을 설명하고 그의 속옷을 벗어 주기를 청하였다. 그러나 신하는 그 농부의 속옷을 얻을 수가 없었다. 대신 그는 가난하여 속옷을 입을 수가 없었을 뿐 아니라 구두도 없어서 불평하고 있었는데 길거리에서 발이 없는 사람을 만난 이후로는 그 불평을 버리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행복은 찾는다고 찾아지지도 않고, 가진 것이 행복의 절대적인 조건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시사하는 이야기이다.

감사합니다, 축복입니다
내 친한 친구의 아들은 총명하고 원만한 성격으로 장래가 촉망되는 청년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교통사고를 당해 뇌에 손상을 입고 예전의 총명함을 잃고 말았다. 그는 그 사실을 인정하지 못했다. 그 때문에 자신은 물론이려니와 온 가족이 불행한 나날을 보내야 했다. 그의 어머니가 현실을 인정하고 새 출발을 하자고 간절히 호소했지만 그는 자신의 처지를 인정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닐지라도 잃은 것은 포기하고 현재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면서 새 출발을 함으로써 행복을 되찾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해’의 불구자 주인공 역을 맡았던 헤롤드 럿셀은 2차대전 중에 두 팔을 모두 잃었다. 좌절에 빠졌지만 차츰 잃은 것보다 가지고 있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면서 의사가 만들어 준 의수로 타이프를 치며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 그의 이야기는 영화가 되었고, 그가 출연하여 아카데미 주연상을 받기도 하였다.
더 멀리 가지 않더라도 우리에게 감동을 주고 용기를 주는 이야기를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 이지선 양의 이야기다. ‘지선아 사랑해’란 책을 보며 이양이 잃은 것을 포기하고 가진 것에 감사하며 새 삶을 살아가는 눈물겹고 아름다운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 그녀가 “감사하다”, “축복이다”라는 말을 쓰는 것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책을 접으며 깨닫게 된 진정한 축복이란 잃은 것에 연연하지 않고 하나님이 주신 새로운 사명이 무엇인가를 찾는 그녀의 마음이었다.

제자의 따끈한 차 한 잔
행복은 사소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추운 겨울의 따뜻한 차 한 잔, 새파란 가을 하늘과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찌는 듯한 더위에 쏟아지는 한줄기 소나기, 부드러운 바람결에 실려 오는 봄소식들은 우리를 더없이 행복하게 한다.
일전에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감기에 걸려 몹시 앓았던 적이 있다. 가까이 있지 못한 하나뿐인 딸 때문에 내 머리맡이 더욱 썰렁하다고 불평을 하며 어지러운 머리로 학교에 갔는데, 제자가 기다렸다는 듯이 따끈한 생강차를 들고 달려왔다. 받아든 따끈한 생강차의 향기로움과 제자의 따스한 마음씀씀이가 나를 더없이 감사하고 행복하게 만들었다.
우리 주위에는 자그마하지만 감사할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 요즈음은 감사하고 남을 위해 무엇인가를 하려고 움직일 때 기쁨이 증폭됨을 느낀다. 새해를 맞으며 ‘먼저 웃고, 먼저 사랑하고, 먼저 감사하며’라는 이해인 수녀님의 글귀를 떠올리며 행복을 더욱 키워가기로 마음을 다잡아 본다.

글쓴이 윤경은은 서울여자대학교 교수이다. 서울여자대학교 총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녹색연합 공동대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