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클리닉 불면증, 정말 괴롭습니다 홍진표



불면 증상은 우리나라 사람의 17%가 경험할 정도로 흔한 증상입니다. 특히 나이가 들면 잠을 잘 자는 능력이 저하되어 잠들기 어렵고, 자주 깨고, 잠을 자도 피로가 회복되지 않기 쉽습니다. 불면증의 원인은 여러 가지지만 대부분의 불면증은 뇌의 수면중추 기능이 약화되어 생깁니다. 이런 분들은 부모 중에 어느 한 분이 잠자기 어려웠던 경우가 있고, 젊어서부터 스트레스를 조금 받아도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경험이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잠을 푹 잘 수 있을까요? 잠을 푹 자기 위해서는 타고난 능력과 후천적인 본인 노력 모두가 필요합니다. 수면중추가 강한 사람은 잠깐 쉴 때에도 토막잠을 잘 수 있고, 시끄러워도, 화가 나도 잠을 잘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면중추가 좋았던 사람도 여러 요인에 의해 기능이 저하될 수 있습니다. 불규칙한 수면 습관, 교대 근무, 노화, 약물, 지나친 스트레스는 수면중추를 병들게 합니다. 밤마다 TV, 인터넷, 술자리로 밤 늦게까지 잠을 못 자는 분의 수면중추는 빨리 쇠약해지고, 낮의 피로와 손상이 회복되지 않으므로 노화가 빨라집니다.
잠을 푹 자고 싶다면 다음과 같이 생활 습관을 바꿀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단지 잠이 아니라 인생이 다르게 느껴집니다.

- 수면제를 먹는다는 생각으로 매일 규칙적인 운동을 합니다. 오후에 등산 1시간, 자전거 30분 이상 운동을 하면 수면제 한 알의 효과가 있습니다.
- 잠 들기 전에 반신욕 30분은 수면제 반 알의 효과가 있습니다. 반신욕을 하면서 올라간 체온이 내려오면서 자연스럽게 잠이 오게 됩니다.
- 아무리 피곤해도 누워 지내는 시간을 줄입니다. 실제 잠 자는 시간이 다섯 시간이라면 여섯 시간 이상 누워 있으면 안 됩니다. 피로하여 누워 지내는 한 시간은 커피 반 잔의 각성 효과가 있습니다.
- 지루한 독서(불경이나 성경 포함), 명상 등을 통해 잠을 청하는 습관이 잡히면 독서나 명상이 수면제와 동일한 효과를 줍니다.

그럼 이렇게 생활 습관을 바꾸면 모두 잠을 잘 자게 됩니까? 답은 아니오입니다. 이런 생활 습관 변화가 분명 수면에 도움이 되지만 그래도 만족할 만큼 잠을 못 자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미국, 유럽 등에서 발간된 연구서의 공통된 결과입니다. 이런 노력을 다해도 잠을 제대로 못 자고 하루가 피로하고 괴롭다면 수면에 도움을 주는 약을 먹는 쪽을 권하고 싶습니다. 최근에는 습관성이 없거나 거의 없는 수면 보조제들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특히 수면 유도가 좋은 항우울제의 경우 습관성이 전혀 없는 것이 밝혀져 있습니다.
잠을 충분히 자는 것은 인생에 중요한 필요조건입니다. 수면은 단지 낭비되는 시간이 아니라 건강의 한 부분으로 운동이나 맛있는 식사 못지 않게 행복에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글쓴이 홍진표는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교수이다.